우주에서 재배한 고추를 이용해 만든 ‘스페이스 타코’를 국제우주정거장(ISS) 공식 연구팀이 전격 공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체류 비행사들이 맛있게 먹는 사진도 선보였다.

ISS는 지난달 30일 공식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약 4개월간 우주 공간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실험 ‘플랜트 해비타트-04(Plant Habitat-04)’의 성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은 인류가 우주에서 식량을 장기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기획됐다. ISS 연구팀은 올해 7월부터 미국 뉴멕시코주가 원산지인 고추 종자 48개를 재배해 왔다.

ISS에서 재배한 고추를 넣고 만든 타코. 극미 중력 탓이 공중에 떠있다. <사진=ISS 공식 트위터>

ISS 관계자는 “일론 머스크(49)가 이끄는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가 지난 6월 상용 보급 미션을 통해 ISS에 고추 종자를 전달했다”며 “파종으로부터 4개월여 지난 10월 말 고추들이 무사히 자라 수확이 가능했다. 튼실하게 자란 고추들을 넣고 만든 타코는 지구에서만큼 이나 먹음직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우주비행사들은 ISS에서 재배한 고추를 비롯해 파히타 비프와 토마토, 아티초크와 향신료를 토띠야에 넣어 스페이스 타코를 완성했다. 평소 제한된 우주식을 먹어온 비행사들은 오랜만에 톡 쏘는 맛을 본다는 생각에 타코를 눈앞에 두고 싱글벙글했다.

지난 7월부터 ISS에서 재배한 뉴멕시코 원산 고추 <사진=ISS 공식 트위터>

ISS가 고추를 재배한 이유는 크기나 무게가 작고 영양가가 풍부해 우주인에게 적합한 식재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비행사들이 상추나 배추, 케일을 우주에서 재배했지만 고추는 발아와 성장 시간이 길기 때문에 ISS에서 이뤄진 가장 복잡한 식물 실험으로 기록됐다.

학계는 이번 실험이 달과 화성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행성 이주 계획을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인 행성 이주 미션은 식량 확보가 반드시 가능해야 하는데, ISS에서 이뤄진 플랜트 해비타트-04 실험이 성공했다는 건 다양한 지구의 채소를 우주에 가져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APH 장치를 통해 작물을 키우는 우주비행사 <사진=ISS 공식 트위터>

ISS 관계자는 “고추 재배는 이제 시작 단계지만 우주 공간의 식물 및 미생물의 상호 작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에 고추를 재배하는 데 쓴 가정용 오븐 크기의 전용 장치 'Advanced Plant Habitat(APH)'의 업그레이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주에 머무는 비행사들은 볶음이나 튀김 등 다양한 요리법을 사용할 수 없어 지구와 비슷한 맛과 영양소를 가진 식재료라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ISS는 우선 이달 말 APH를 활용한 또 다른 채소 재배에 도전한다”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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