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도쿄 한복판에서 벌어진 열차 방화 사건으로 일본 방송국들이 뜻밖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붙잡힌 용의자가 DC코믹스 빌런 조커 복장을 한 탓에 조커가 등장하는 영화 등 콘텐츠 방송이 죄다 중단됐다. 

NHK와 후지TV, 아사히TV, 일본TV 등 현지 대형 방송사들은 연말연시 편성을 둘러싸고 고민이 깊다. 영화는 물론 애니메이션, 드라마, 예능까지 조커가 등장하거나 잠깐이라도 언급되는 콘텐츠는 사실상 방송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지난달 31일 도쿄 게이오선 열차 내에서 벌어진 방화사건이다. 핫토리 쿄타 용의자는 이날 게이오선 하치오지 출발 신주쿠 방면 열차 안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 흉기를 휘두르고 차내에 불을 지른 뒤 경찰에 순순히 체포됐다.

지하철 승객이 찍어 日 방송가에 제보한 사진. 범행 뒤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는 핫토리 쿄타 용의자를 담았다. <사진=TBS>

핼러윈 시즌에 벌어진 이 범죄는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1995년 도쿄 만원 지하철에서 벌어진 옴진리교 신자들의 신경가스 테러를 겪은 일본은 용의자의 범행 계획이 치밀하고 수법이 잔인한 점에 공포에 떨었다. 

일본 경찰은 혹시 모를 모방범죄 가능성에 촉각을 잔뜩 곤두세운 상황이다. 더욱이 핫토리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조커를 오랫동안 동경해 왔고 조커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보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때문에 현지 방송국들은 호아킨 피닉스(47) 주연 영화 ‘조커’(2019)를 포함해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조커 콘텐츠들을 오는 연말연시 방송 대목까지 모두 봉쇄했다.

호아킨 피닉스에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안긴 '조커' <사진=영화 '조커' 스틸>

한 방송 관계자는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전 세계에서 대히트했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며 “개봉 2년차인 올 연말에도 방영을 계획했던 방송사가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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