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생명력으로 유명한 곰벌레(물곰)의 유전자를 인간 세포에 이식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연구 주체가 군사기관이라는 점에서 향후 용도에 관심이 쏠렸다.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곰벌레 유전자를 인간의 세포와 결합하는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완보동물에 속하는 곰벌레는 현미경으로 관찰 가능한 아주 작은 생물인데, 혀를 내두를 정도의 생명력을 지녀 각국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군사과학원 연구팀은 절대영도의 추위에 견디고 몇 달간 물 없이 생존하며, 인간 치사량의 1000배 넘는 방사선을 견디는 곰벌레의 생명력이 세포 보호 단백질인 점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에 포함된 유전자를 인간 세포에 이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실험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이 곰벌레 유전자를 인간의 세포에 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일명 유전자 편집 가위, 즉 크리스퍼(CRISPR)를 이용해 보호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곰벌레의 유전자를 인간 세포에 이식했다. 그 결과, 인간 배아 세포의 거의 90%가 치사량의 X선을 맞아도 사멸하지 않았다.

실험 관계자는 "곰벌레 유전자가 이식된 인간 세포는 난자와 정자가 수정돼 분열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배아에서 채취했다"며 "일반적으로 인간과 크게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사람 세포에 이식하면 유해한 변이가 일어나거나 죽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곰벌레 특유의 보호 단백질 유전자는 놀랍게도 인간 세포에 잘 적응했다"며 "현재로서는 인간배아줄기세포 염색체에 변이가 보이지 않고 어느 정도까지는 증식도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엄청난 생존력으로 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온 곰벌레. 미 항공우주국(NASA)도 우주 공간에서 곰벌레가 얼마나 버티는지 실험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향후 곰벌레 유전자를 내장한 인간배아줄기세포를 기반으로 조혈세포를 만들 계획이다. 강한 저항력을 가진 조혈세포를 가진 '곰벌레 인간'은 지진 등에 의해 붕괴된 원자력발전소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에도 견딜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실험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이론이지만, 곰벌레 유전자 세포를 골수에 이식하면 방사선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 혈액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곰벌레 유전자는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므로 암이나 당뇨, 염증, 파킨슨병은 물론 노화도 어느 정도 예방 가능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군사과학원은 이번 성과를 응용하면 슈퍼 병사의 탄생은 물론, SF 소설에나 등장하는 인류의 행성 이주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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