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속 환각 물질이 알코올 의존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찾는 중증 알코올 중독을 환각 물질로 잡는 이이제이식 치료법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연구팀은 17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버섯 속 환각 물질 실로시빈(Psilocybine)이 알코올 의존증에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실로시빈은 다양한 의학적 효과가 기대돼 연구가 한창인 천연 환각 물질이다. 이미 우울증을 완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실로시빈이 내 뇌 물질과 연관돼 작용한다는 사실에 착안, 알코올 의존증에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이 특히 주목한 뇌 내 물질은 대사형 글루탐산수용체(mGluR2)라는 특수한 단백질이다. 주로 학습이나 기억, 통증, 불안 등 감각과 관계되는 이 단백질은 술이나 마약과 반응해 사람을 몽롱한 상태로 만든다.

버섯 속 실로시빈이 알코올 의존증을 완화한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실수록 mGluR2 단백질은 점차 파괴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mGluR2가 적어질수록 술이 더 당긴다”며 “우리 실험의 출발점은 이 단백질이 실로시빈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은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실험쥐에 실로시빈을 투여한 뒤 변화를 관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버섯 속 실로시빈을 투여한 쥐는 알코올 탓에 망가져 없어진 mGluR2 단백질이 서서히 회복됐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고 관련 병증도 완화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실로시빈의 효과가 처음 보고된 것은 2015년”이라며 “당시 실로시빈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컸고 mGluR2 단백질과 연관성은 물론 알코올 의존증의 구조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알코올 의존증은 본인은 물론 사회까지 파괴할 수 있다. <사진=pixabay>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실로시빈이 작용하는 구조뿐 아니라 알코올 의존증이 mGluR2 단백질 부족과 연관됐을 가능성까지 드러났다”며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만큼 향후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지원자를 모아 실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습관적 음주로 뇌신경이 손상되면서 술에 대한 탐닉이 심해지는 알코올 의존증은 환자 본인은 물론 주변과 사회까지 파괴하는 무서운 병이다. 간경변 등 다양한 질병을 야기하며 정신적 피폐를 불러 우울증이 발병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사망률은 일반인 대비 최대 7배에 달한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2020년 기준 200만명에 육박했고 특히 2019년 기준 청소년 환자도 1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세계 의학계는 알코올 의존증을 완화할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커먼웰스대학교 연구팀은 분변 미생물군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음주량을 줄인다고 발표해 주목받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