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집단 괴롭힘이나 심한 내향적 성격 등으로 고립을 경험한 사람들은 중년이 돼 음모론에 쉽게 빠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은 27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어려서 외로움을 겪은 이들은 고립된 세상에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음모론에 심취한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고독감이 일생에 걸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온 연구팀은 최근 노르웨이 중고교생 2000명을 약 30년에 걸쳐 추적조사해 특이점 하나를 발견했다. 사춘기에 쓰라린 고립감을 경험한 사람이나 평생 고독한 이들은 중년에 음모론적 세계관에 빠져들기 쉽다는 것이다.
오슬로대 심리학자 샘 플루이트 연구원은 "2022년 연구에서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의 비율이 생각보다 높고, 20세기 중반부터 이 비율은 절대 낮아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며 "코로나19 백신 음모론에 의한 팬데믹의 확대 등 현실적인 위협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음모론적 신념의 형성에 고독감이나 소외감이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전부터 제기됐지만 관련 연구 대부분의 조사 기간이 너무 짧았다"며 "고독과 음모론의 관련성이 인생의 어느 시기의 경험에 의해 생기는지 종단적 분석(특정 변수를 시간에 따라 측정)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노르웨이 청소년의 심리적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프로젝트 '노르웨이의 청년(Young in Norway)' 데이터를 분석했다. 대상자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1992년 당시 7~12학년생(평균 15.05세) 남녀 2215명이다. 참가자의 42.6%가 남성, 57.4%가 여성이다.
분석에는 1992~2020년 5회 진행된 노르웨이 판 UCLA 외로움 척도(UCLA loneliness scale) 설문조사로 얻은 참가자의 고독감에 관련된 데이터도 동원됐다. 2020년 '음모론적 멘탈리티 질문표' 설문으로 도출된 음모론적 세계관 관련 정보 역시 활용됐다.
그 결과 1992년 청년기에 외로웠던 사람일수록 2020년 성인기에 음모론적 세계관에 대한 관심도와 지지도가 높았다. 28년간 고독감이 증가한 정도가 큰 사람일수록 2020년 음모론을 지지할 가능성도 컸다. 이런 경향은 연령, 성별, 부모의 학력, 정치적 의견 등 여러 변수를 대입해도 변하지 않았다.
플루이트 연구원은 "30년에 걸친 이번 조사는 중년에 품는 음모론적 세계관이 청년기~성년기 경험한 고독과 밀접하게 연관됐음을 시사한다"며 "결론을 내기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또래와 비교해 고독한 사회적 대비 속에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음모론에 치우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