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음악 비트(리듬 또는 패턴)를 본능적으로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생아가 어떻게 음악을 인지하고 기억하며 그 정보를 처리하는지는 이론적으로 밝혀진 바가 아직 많지 않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와 헝가리리서치센터(HUN-REN) 공동 연구팀은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간이 음악 비트를 인식하는 능력은 통계적 학습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타고난 인지 메커니즘이라는 주장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이번 연구는 신생아가 음악의 비트를 느끼는 힘에 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마련됐다. 연구팀은 갓 태어난 아이 27명을 보호자 동의 하에 모집하고 음악 비트를 통계적으로 학습하는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느끼는지 실험했다.
각 신생아들은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두 종류의 드럼 비트를 청취했다. 하나는 등간격으로 울리는 드럼 비트로, 음악적 감각이 없더라도 어지간한 성인은 느끼는 수준이었다. 다른 하나는 전과 같은 패턴이지만 울리는 타이밍이 무작위였다. 이런 종류의 소리는 음의 순서를 외우고 그에 반응하지 않으면 막연히 비트를 느끼기 어렵다. 물론 이른바 절대 음감은 예외다.
실험 관계자는 "드럼 비트를 들은 아이들의 뇌파를 살펴본 결과, 정말 리듬을 느끼는 것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아이들은 비트가 일정 간격으로 울리면 리듬감을 곧바로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같은 패턴이라도 그 간격이 불규칙하면 아기는 비트를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즉 아기는 선천적으로 비트를 느낄 수 있지만, 상당히 복잡한 패턴이라면 통계적 학습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음악 비트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점에서 어린 시절 듣는 노래가 사람의 청각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실험 관계자는 "사람은 대부분 음악 비트를 쉽게 느낄 수 있고, 그것이 빨라지는지 느려지는지 판단할 수 있다"며 "이는 하찮은 힘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류가 아주 오래 전부터 음악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선천적인 리듬감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