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취에 포함된 특정 물질이 여성의 공격성을 부추기는 반면 남성은 온화하게 만든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와이츠만과학연구소는 1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체취와 공격성에 관한 논문에서 이 같은 사실을 소개했다.
피부 밖으로 분출돼 체취로 지각되는 물질들을 들여다보던 연구팀은 아기 두피에서 분비되는 헥사데카날(hexadecanal, HEX)이 여성을 공격적으로, 남성을 온화하게 만드는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남녀 피실험자들을 모집한 뒤 HEX를 맡게 하고 공격성 측정에 나섰다. 거세게 도발하는 대전 상대에 맞선 피실험자들은 화가 나는 정도에 따라 관련된 버튼을 누르거나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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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여자들은 대체로 공격적이 되는 반면 남자들은 공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피부나 침, 대변에 포함되는 HEX는 쥐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이미 입증됐다. 특히 유아가 스트레스를 느낄 때 관여하는 물질로, 모성과 연관성이 추측돼 왔다.
실험 관계자는 “HEX는 아기를 지키려는 모성 본능을 자극해 여성을 공격적으로 만드는 듯하다“”며 “이에 노출된 남성이 반대로 공격성이 떨어지는 것은 남성 자체가 아기에 위험한 존재일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즉 연구팀은 HEX가 남성을 침착하게 만들어 아기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만든다고 판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실험 결과는 특정 화학물질이 뇌 내 네트워크에 적극 작용한다는 증거”라며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남녀 모두 HEX에 의해 대뇌 각회(angular gyrus, 측두엽과 경계에 위치한 두정엽 부위), 특히 좌각회 활동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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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의 좌각회는 언어 중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상대와 의사소통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조절하고 정보를 인식하는 영역이다. HEX에 노출된 남성은 각회 활동과 공격성에 관련된 뇌 네트워크 접속이 활발해졌지만 여성은 반대였다.
실험 관계자는 “HEX는 사회적 평가나 공격성을 관장하는 뇌 영역의 네트워크와 관련된 물질”이라며 “인간의 공격성이 몸에서 분출되는 특정 화학물질에 무의식중에 조종된다는 사실이 이번 실험을 통해 처음 드러났다”고 의미를 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