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중국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판타지 사극이 줄고 브로맨스 드라마는 아예 사라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노리는 내년, 정부의 방송·문화계 규제가 한층 강화된다는 게 주된 이유로 꼽혔다.
중국 주요 영상 플랫폼 아이치이(iQIYI)와 텐센트비디오, 망고TV, 유쿠(YOUKU)에 따르면, 내년 편성되는 판타지 사극 수는 올해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특히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일명 브로맨스 드라마들은 편성 리스트에 한 작품도 오르지 못했다.
4대 영상 플랫폼은 대신 중국 정부가 강조하는 작품을 대대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중앙선전부와 국가광파전시총국은 올해 초부터 각 방송사에 문학적 가치가 높고 대중의 예술적 욕구를 충족할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을 제작하라고 지시해 왔다.
구체적으로 광전총국은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리얼리즘에 기반한 소재의 활용 ▲올바른 역사관의 고취 ▲풍속 저해 엄금 등 조건을 내걸었다. 드라마의 소재나 내용은 물론 출연 배우들의 과거 언동 등 이력까지 꼼꼼하게 검열했다. 광전총국은 기준을 충족한 작품들에 한해서만 방송을 허가하고 있다.
사실 중국 판타지 사극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점차 줄고 있다. 광전총국은 역사관이 올바르지 않고 왜곡이 심한 인터넷 소설 기반의 사극들이 범람한다며 지난해 3월 일명 ‘한고령(限古令)’을 발표했다.
이후 현지 사극 제작 환경은 큰 변화를 맞았다. ‘한고령’ 발령 5개월 만에 이전까지 주류를 이뤘던 판타지 사극이 급격하게 줄고 남녀의 사랑이나 무술 등 고전 장르가 부활했다. 일부에선 탐정이나 서스펜스 등 장르를 튼 작품도 등장했다. 이런 경향이 올해 더 두드러졌고, 내년엔 더욱 심화될 것으로 현지 방송가는 내다봤다.
광전총국을 비롯해 환구시보와 CCTV 등 관영 매체들까지 질타했던 브로맨스 드라마는 아예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꽃미남 배우들의 케미에 집중하는 브로맨스 드라마는 샤오잔(초전, 30), 왕이보(이보, 24)의 ‘진정령’(2019)과 꽁쥔(공준, 29), 장저한(장철한, 31)의 ‘산하령’(2021)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올해 상반기 규제 직격탄을 맞았다.
뤄원씨(라운희, 33)와 첸페이유(진비우, 21) 주연의 ‘호의행(皓衣行)’은 진작 크랭크업했지만 텐센트비디오는 방송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 눈치를 보느라 다른 플랫폼들은 역시 브로맨스 드라마를 리스트에서 지워버렸다. 결과적으로 4대 플랫폼이 2022년 방송을 예정한 브로맨스 드라마는 한 작품도 없다.
현지 방송가는 내년 3연임을 노리는 시진핑 정부의 규제가 한층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극이나 브로맨스 드라마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의 콘텐츠들이 대상이 되리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왔다. 내년 초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치러지는 만큼, 중국은 정부 주도로 공산당을 칭송하고 국가관을 고취하는 이른바 ‘국뽕 영화’나 ‘국뽕 드라마’를 집중 장려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