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극장가가 벌어들인 흥행수입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때 침체됐던 중국 극장가는 지난해 영업 재개 이후 1년여 만에 완전히 회복했다. 시진핑 정부의 문화·예술계 규제로 현지 영화에 과도하게 관객이 몰린 점, 이른바 ‘국뽕영화’가 주로 제작되는 경향은 시간이 갈수록 두드러질 전망이다. 

중국 국가전영국이 8일 발표한 영화 흥행수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현지 극장가 흥행 수입 총액은 지난 10월 10일 400억 위안(약 7조418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11월 말 기준 620억 위안(약 11조4970억원)에 달했다.

국가전영국은 통계가 완성되기까지 1개월이 남았지만 이미 연간 극장 흥행수입 규모가 글로벌 톱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 전역의 스크린 수는 8만1317개로 세계 1위이며, 지난 5년간 관객 수는 80억 명 이상으로 연간 평균 16억 명을 넘었다. 이 기간 공개된 중국 영화만 4000편이다.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 여파로 장기간 암흑기를 겪은 중국 극장가는 지난해 7월부터 정부 주도로 영화관을 재개장하며 활기를 되찾았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한 선전영화 제작을 장려해온 정부 의도가 반영된 ‘장진호’ 등 결과물이 속속 극장에 걸렸다.

애국영화 전문 배우 우징(오경, 47)이 주연한 영화 '장진호' <사진=영화 '장진호' 공식 포스터>

올해 중국 극장가의 엄청난 흥행을 견인한 작품은 바로 ‘장진호’다. 6.25 전쟁을 다룬 영화로 우리나 당시 연합국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1979년 미중수교 이후 이런 종류의 영화를 금기시해 왔지만 시진핑 정부 출범 이래 미중관계가 틀어진 뒤, 특히 3연임이 임박한 올해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장진호’의 흥행수입은 현재 58억 위안(약 1조755억원)을 넘어섰다. 중국의 역대 국뽕영화 중에서도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2017년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특수부대 전랑2’를 일찌감치 제쳤다. 두 작품 모두 중국 애국영화 최전선에서 뛰는 배우 겸 감독 우징(오경, 47)이 출연했다. 

중국 영화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올해 초 개봉해 54억 위안(약 1조14억원)을 벌어들인 ‘니하오, 리환잉(你好, 李焕英)’이 대표적이다.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한 추리물 ‘당인가탐안3: 밀실 살인사건’도 45억2400만 위안(약 8400억원)의 흥행을 기록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결합한 영화 '몬스터 헌트'. 탕 웨이가 출연했다. <사진=영화 '몬스터 헌트' 스틸>

관객의 비정상적 편중으로 해외 영화들은 흥행순위 10위권에 발을 붙이기 힘든 지경이다. 올해 중국 극장 흥행 톱10에 진입한 해외 영화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와 ‘고질라 vs. 콩’ 등 단 두 작품이다. 영화 관계자는 “중국에서 할리우드나 한국, 일본 영화는 2015년만 해도 강세였다”며 “그해 중국 영화 ‘몬스터 헌트’가 24억 위안(약 4450억원)을 벌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정부의 내수 영화 장려가 활발해진 기점”이라고 말했다.

애국영화를 비롯한 현지 작품에 관객이 몰리는 데는 중국 정부의 문화·예술계 규제도 한몫을 했다. 공산당은 올해 중반기를 기점으로 TV와 영화 등 문화·예술계 콘텐츠 제작에 강화된 잣대를 들이댔다. 겉으로는 대중의 문화 함양에 도움이 되는 작품을 장려했지만 실상은 공산당을 찬양하는 영화를 대폭 지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베이징동계올림픽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당대회가 있을 내년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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