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거대한 망원경처럼 활용해 보다 먼 우주를 관측하는 태양중력렌즈(solar gravitational lens, SGL) 기술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출신 천문학자 폴 서터는 최근 스페이스닷컴에 낸 기고에서 태양을 초대형 망원경으로 이용해 우주 공간을 관측하는 SGL 기술의 정의와 현재 개발 상황을 소개했다.
일반적인 천체망원경은 렌즈나 반사경이 클수록 많은 빛을 모을 수 있어 어두운 천체를 볼 때 유리하다.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지상에 가급적 대구경 망원경을 만들어 우주 공간을 탐사해 왔다.
전파망원경은 안테나의 유효 지름이 클수록 해상도를 올릴 수 있어 정밀도를 높이려면 여러 대형 안테나를 광범위하게 설치해야 한다. 알마(ALMA)처럼 드넓은 대지에 조성된 전파망원경군을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VLBI)라고 한다.

VLBI를 활용한 천체 관측 프로젝트는 거대 블랙홀을 추적하는 국제 연계 활동 이벤트 호라이즌 텔레스코프(EHT)가 대표적이다.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군을 이용해 지구 크기의 가상 전파망원경을 운용하는 EHT를 통해 학자들은 M87*과 궁수자리 A* 등 블랙홀의 윤곽을 포착했다.
EHT보다 큰 관측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우주선이나 위성을 날리는 스페이스 VLBI 계획도 이미 수립됐다. 이 단계에서 학자들은 태양을 거대한 망원경으로 이용할 생각을 떠올렸다. 태양 자체는 렌즈도 거울도 아니지만 그 거대한 질량이 야기하는 시공간 왜곡을 이용하면 볼록렌즈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폴 서터는 "태양이 만드는 중력렌즈 효과를 응용해 보다 먼 우주를 관측하는 구상을 SGL라고 한다"며 "EHT의 성능은 달 표면의 오렌지를 잡아낼 정도지만 SGL 망원경이 실현되면 그 100만 배에 달하는 해상도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을 망원경처럼 쓰려면 해결할 과제가 여럿 있다. 먼저 SGL 관측을 위해 렌즈 초점이 맞는 약 550천문단위(약 825억㎞)까지 접근해야 한다. 이는 지구에서 명왕성 거리의 10배 이상이며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가 47년간 날아간 거리의 3배가 넘는다.
폴 서터는 "태양을 렌즈 대신 활용하는 발상은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로부터 반세기 동안 쌓인 지식과 기술로 고안된 실용적인 방법은 초경량 인공위성 큐브샛을 사용하는 안"이라며 "다수의 큐브샛을 솔라 세일로 초점거리까지 날려보내고 각 큐브샛이 지구로 전송한 관측 데이터를 이어 붙이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그는 "물론 태양 복사압으로 가속하는 칼 세이건의 아이디어 솔라 세일도 아직 구현되지 않은 기술"이라면서도 "SGL 망원경이 실현되기만 하면 인류가 앞으로 몇 세기 동안 만들 어떤 망원경보다 뛰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