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코끼리들은 모두 이름을 가졌으며, 서로 이름을 부르며 소통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해 학계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케냐에 서식하는 야생 코끼리 울음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원숭이 등 영장류에 버금가는 뛰어난 지능을 가진 코끼리들이 동료를 구분하는 방법을 조사했다. 코끼리들이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는 초저주파를 이용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직접 녹음한 울음소리의 내용을 분석했다.
조사 관계자는 "사람이 반려견이나 고양이를 부를 때는 음성을 사용하고, 동물들도 사람 귀에 들리는 소리를 내 반응한다"며 "자연에는 이와 달리 불가청음으로 의사소통하는 동물이 생각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표적인 코끼리들은 인간에게는 들리지 않는 저주파 울음소리로 무려 6㎞ 떨어진 동료와 대화할 수 있다"며 "하루 대부분을 먹이 활동으로 보내는 코끼리는 무리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능력이 발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케냐의 야생 코끼리들이 동료들을 찾기 위해 내는 초저주파 울음소리를 625회에 걸쳐 녹음했다. 이를 음성 분석 AI에 기계학습시킨 뒤 거기에 어떤 패턴이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코끼리들이 내는 울음소리 중에는 동료들끼리 접촉을 시도하기 위한 시그널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잠시 떨어져 있던 코끼리가 다시 만났을 때 나누는 인사 같은 울음소리 패턴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코끼리들이 특정 상대에게 내는 울음소리가 따로 있는 점을 눈치챘다. 사람들이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여긴 연구팀은 특정 울음소리를 야생 코끼리 17마리에 들려줬다. 코끼리들은 하나같이 소리가 나는 스피커로 이동해 울음소리로 답했다. 연구팀은 이 소리를 무리 전체가 공유하는 이름이라고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케냐에서 기록된 코끼리 울음소리 중 이름일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대략 20%"라며 "코끼리의 지능을 고려할 때 울음소리에는 동료의 이름부터 나이, 성별, 감정 등 다양한 요소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코끼리는 지능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감정도 풍부해 동료가 죽으면 한데 모여 애도한다"며 "아주 다양한 정보를 담은 것으로 보이는 코끼리 울음소리를 AI 기계학습으로 면밀히 분석하면 야생 코끼리의 언어를 자세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