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건강한 초콜릿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이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됐다. 초콜릿은 사고력과 집중력 향상 등 여러 효능이 익히 알려졌는데, 당분이 많아 과하게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 등 부작용이 따라온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ETH 취리히) 연구팀은 5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영양과 환경, 사회경제 등 3대 과제를 해결한 신개념 초콜릿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네이처 푸드에 게재됐다.
초콜릿의 원료 카카오는 기원전 2000년부터 재배됐다. 16세기 스페인에 의해 유럽으로 반입되면서 기호품으로 널리 퍼졌다. 전문가들은 초콜릿이 영양과 환경, 사회경제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ETH 취리히 애슐리 그린 연구원은 "초콜릿은 당분이 많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데다 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해 비만,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을 부를 수 있다"며 "카카오 재배에는 광활한 토지가 필요해 열대림 벌채로 인한 지구 온난화도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다가 카카오의 대부분은 개발도상국가의 소규모 농가에서 생산되며, 그 수입은 매우 한정된 수준"이라며 "카카오 산업의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카카오 원두 가격 변동이 사회경제를 무너뜨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초콜릿이 기본적으로 카카오 원두를 쓰는 점에 주목했다. 카카오 열매 자체의 성분을 집중 분석한 연구팀은 과육을 비롯해 카카오 콩을 감싸는 내과피의 활용 가능성을 떠올렸다.
애슐리 연구원은 "카카오 콩 주변 과육이나 내과피는 대부분 폐기되지만 이를 이용하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초콜릿을 얻게 된다"며 "과즙을 짜고 농축해 카카오 과육 주스 농축물(CPJC)을, 내과피를 말리고 빻아 내과피 분말(ECP)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CPJC와 EPC를 혼합하고 가열하면 겔이 되는데, 그 차제가 천연 감미료나 식이섬유 공급원으로 안성맞춤"이라며 "카카오 콩은 기존대로 발효, 건조, 로스팅, 분쇄를 거쳐 코코아 매스로 만들고 겔을 20% 첨가한 것이 새로운 초콜릿"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새로운 초콜릿은 식이섬유를 다량 함유했고 천연 감미료 덕에 설탕 사용량이 크게 줄었다. 일반 초콜릿 대비 포화지방산을 낮추면서 식감은 기존 다크초콜릿과 흡사하고 남미산 초콜릿 풍미가 강하다. 입안의 달콤함이 천천히 퍼지며 과육의 영향으로 과일향과 신맛이 느껴진다.
애슐리 연구원은 "새로운 초콜릿은 기존에 버려지던 카카오 과육 및 내과피를 이용하므로 카카오 원두 자체의 사용량이 적다"며 "이를 통해 카카오 재배에 필요한 토지를 줄이고 농가의 수입 다변화가 가능하며 지구 온난화 역시 늦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