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얼굴로 유명한 휴머노이드 ‘아이컵(iCub)’을 마블 캐릭터 아이언맨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과학자들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탈리아 기술연구소(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 IIT)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아이컵을 공중에 띄우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IIT 연구팀은 아이컵을 날게 만들기 위해 제트엔진을 동원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1~3에서 맹활약한 아이언맨처럼 만들려는 의지를 담아 이름도 ‘iRonCub(아이언컵)’으로 지었다.
실험 관계자는 “기존 아이컵의 등에 2기, 양팔 끝에 각 2기 등 총 4기의 제트엔진을 장착했다”며 “천진난만한 아기 얼굴을 한 휴머노이드가 언젠가 힘차게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IIT는 아이언컵의 발밑에 체중계를 놓고 엔진 추력이 동체에 가하는 각종 에너지를 수치화하는 등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필요한 정보들이 어느 정도 쌓인 뒤에는 실제 비행실험에 나설 계획이다.
지금까지 축적된 아이언컵의 시뮬레이션 결과치는 지난 11월 19일 국제 로봇 학술지 ‘IEEE Robotics and Automation Letters’에 한차례 소개됐다. 논문은 제트엔진에 의한 로봇 비행이 프로펠러보다 공중 제어 및 에너지 효율 개선에 얼마나 유리한지 위주로 작성됐다.
IIT 관계자는 “로봇을 공중에 띄우는 것은 2족 보행 이상으로 어려운 기술”이라며 “지금까지 하늘을 나는 로봇은 드론처럼 프로펠러를 장착한 타입이 보편적이지만 강풍에 취약하고 섬세한 자세 조정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트엔진을 이용하면 프로펠러 타입이 가진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향후 인간이 착용하는 플라잉 슈트 역시 이런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언컵은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 정순조 교수 팀이 개발한 2족 보행·프로펠러형 비행 로봇 ‘레오나르도’와 좋은 비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IIT 주장대로 제트엔진이 프로펠러에 비해 로봇 비행에 유리한지 는 아이언컵이 실제 개발된 뒤 가려질 전망이다.
IIT는 날아다니는 인간형 로봇의 연구개발은 과학계에 수많은 이론적·실천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역설했다. 휴머노이드를 공중에서 제어하고 각종 운동과 비행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시스템은 현존하지 않고 보조적 구동시스템의 역할조차 불명확하지만 아이언컵의 개발을 통해 드러나는 수많은 의문과 난제들 자체가 과학계의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실험 관계자는 “MCU 작품 속의 아이언맨이 실제 탄생하려면 한참 멀었지만 로봇공학 발달로 언젠가 현실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플라잉 휴머노이드는 막 걸음마 단계로, 뭣보다 안전성과 편의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언컵의 모체인 아이컵은 지난 2004년 IIT가 공개할 당시 아기 얼굴을 한 휴머노이드로 주목받았다. 누구나 응용 가능하도록 오픈 플랫폼 형태로 개발됐다. 당초 예정된 프로젝트(2004~2010년)가 끝날 무렵 놀랍도록 진보한 여러 타입이 탄생했다. 아이컵은 현재도 다양한 로봇공학 실험에 활용되고 있으며 아이언컵 역시 그 중 하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