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서식하는 북부주머니고양이 수컷이 수면 부족 증상을 보이다 일찍 죽는 것은 짝짓기에 지나친 에너지를 쏟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선샤인코스트대학교 연구팀은 1일 국제 학술지 '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소개된 논문에서 호주 고유종 북부주머니고양이 수컷이 너무 왕성한 성욕 때문에 단명한다고 밝혔다.

유대목 주머니고양잇과인 북부주머니고양이는 몸길이 약 30㎝의 야행성 육식동물이다. 고양이라기보다 쥐를 닮은 특이한 외모를 가졌으며, 호주 서부 등지에 약 10만 마리 서식한다. 최근 개체가 급격히 줄어 학자들이 다각적 생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북부주머니고양이 수컷이 체력 감소 및 수면 부족으로 죽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추적 장치를 부착했다. 동물은 상식적으로 짝짓기를 하면 개체가 불어나는데, 북부주머니고양이 수컷은 짝짓기 직후 죽어 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호주 고유종 북부주머니고양이 수컷은 왕성한 성욕 탓이 단명한다. <사진=선샤인코스트대학교 공식 홈페이지·Kaylah Del Simone>

조사 관계자는 "북부주머니고양이 수컷은 수면이나 휴식 시간이 암컷보다 확실하게 짧은데도 교미 대상을 찾아 먼 거리를 헤맸다"며 "수컷 2마리를 관찰한 결과 하룻밤 사이에 평균 9~10㎞나 이동했다. 이는 인간으로 치면 30~40㎞에 해당하는 장거리"라고 전했다.

이어 "북부주머니고양이 수컷은 교미에 많은 체력을 소진해 수면 부족을 겪고, 그 결과 체중 감소와 공격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털갈이도 못할 정도로 교미에 온 정력을 쏟아붓다 보니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지고 기생충도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북부주머니고양이 암컷은 생애 네 차례 짝짓기를 하지만 수컷은 한차례 밖에 못한다. 평균적으로 암컷은 2~3년 사는 데 비해 수컷은 약 1년간 살고, 특히 암컷과 짝짓기 뒤에 대부분 죽는다.

호주에서는 동물원에도 북부주머니고양이가 있다. <사진=Zoos Victoria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Niquoll the Spot-tailed Quoll keeps in shape' 캡처>

사람과 마찬가지로 야생동물에게 수면 부족은 건강에 아주 해롭다. 연구팀은 북부주머니고양이 수컷이 쉬지 않고 교미 대상을 찾아 이동하고, 짝짓기에 남은 체력을 모두 쓰는 탓에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결론 내렸다. 이 상태에서 천적과 만나거나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북부주머니고양이 수컷처럼 단 한 번의 짝짓기로 죽는 것을 일회산란(semelparity)이라고 한다. 어류의 경우 연어나 뱀장어가 해당하며, 포유로 중에서는 북부주머니고양이가 가장 유명하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호주와 파푸아뉴기니에 서식하는 다른 포유류의 수면 부족의 원인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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