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파월 허블(1889~1953)은 두 가지 커다란 과학적 업적을 남겼다.
1924년에는 안드로메다 성운이 지름 10만 광년인 우리 은하에 속하지 않고 지구에서 약 90만광년 떨어져 있다는 것을 입증, 우주의 크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1929년에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으며 은하의 팽창속도는 거리에 비례한다는 '허블의 법칙'을 발표했다. 이는 이후 빅뱅 이론의 기초가 됐다.
이런 이유로 미 항공우주국(NASA)은 사상 최초로 지구 궤도에서 우주를 탐사하는 망원경에 '허블 우주망원경'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는 지난 31년 동안 천문학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유럽우주국(ESA)와 NASA가 5일 공개한 허블 이미지는 지구에서 14억 광년 떨어진 모양과 크기가 서로 다른 수백개 은하단(cluster of galaxies, 중력에 의해 묶인 수백~수천개의 은하로 구성된 천체)의 거대한 모습이다. '아벨(Abell) 3827'로 불리는 이 은하단의 중심에는 강력한 중력 렌즈 효과로 인해 알려진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은하 중 하나로 여겨지는 ESO 146-5라는 타원형 은하가 있다.
이는 허블 우주망원경에 탑재된 ACS(Advanced Camera for Surveys)와 WFC3(Wide Field Camera 3)라는 장비를 이용해 네 가지 파장의 빛을 포착하고 결합해 생성한 이미지다. 특히 가운데 위치한 ESO 146-5를 둘러싼 푸른색 테두리는 강력한 중력 렌즈 효과를 보여준다.
또한 아벨 3827은 우주 전체 물질량의 85%를 차지할 수 있는 어둡고 보이지 않는 질량의 정체인 '암흑 물질(dark matter)'이 모여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과학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암흑 물질은 빛이 보이려면 반대로 보이지 않는 어둠이 존재하는 것처럼 우주에 널리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직접 관측하지는 못한 물질을 말한다. 여러 천체물리적인 현상들에서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더 많은 물질이 필요한 중력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중력 렌즈도 암흑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주요한 증거로 꼽힌다.
ESA는 "이 수백 개의 은하단을 보면 100년전 많은 천문학자들이 우리 은하수가 우주에서 유일한 은하라고 믿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에드윈 허블이 이 이미지를 봤다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상상이 된다"고 밝혔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