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언젠가 달에 정착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공간에 머물게 될까. 우주개척의 전진기지로 통하는 달 이주가 실현될 경우 사람들이 살게 될 가상의 주거시설을 과학자와 건축가들이 머리를 맞대 빚어냈다.
유럽우주국(ESA)과 미국 건축설계사무소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드 메릴(SOM)은 최근 유튜브에 4분7초짜리 동영상 ‘라이프 비욘드 어스: 베니스 비엔날레 루나 해비타트(Life Beyond Earth: Venice Biennale lunar habitat)’를 공개했다.
이 영상은 SOM이 오는 11월까지 열리는 국제건축전시회 베니스(베네치아)비엔날레에 선보인 월면 주거시설 디자인을 소개하기 위해 제작됐다. SOM은 영상 속 주거시설의 실내와 외관 일부를 베니스비엔날레에 전시 중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된 이 영상은 우주 SF영화를 방불케 하는 화면과 웅장한 음악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발사체에 딸려 지구를 떠난 거주시설들이 달 표면에 안착하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일련의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영상은 미 항공우주국(NASA)와 ESA 감수를 거쳤다. 현재 MIT 소속인 전직 NASA 우주비행사 제프리 호프만(77)도 영상제작 및 감수에 참여했다.
SOM이 구상한 달 주거시설은 바람이 덜 들어간 기구를 닮은 유선형이다. 4층 높이의 팽창식 구조로 달 표면에 고정된 뒤 자유롭게 팽창·수축할 수 있다. 중력이 낮은 달 특성을 고려해 시설 외부 곳곳에 난간이 설치됐다.
건물 전개는 우주비행사가 직접 할 수도 있고, 달 궤도에 설치될 우주정거장으로부터 로봇을 원격조종해 진행할 수도 있다. SOM은 시설 당 4명이 300일간 쾌적하게 보낼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도 구상했다.
SOM 관계자는 “주거시설들이 모여 하나의 정착지를 구성하는데, 최적의 위치로 달 남극에 자리한 섀클턴 크레이터를 설정했다”며 “섀클턴 크레이터는 햇빛이 거의 항상 닿는 지역으로 태양광 발전이 쉽고 크레이터 내부 그늘에서 물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 사는 게 그렇듯 건축은 기본적인 생활은 물론 조망이나 일조권도 중요하다”며 “섀클턴 크레이터에 4층 높이로 지은 달 주거시설은 언제나 아름다운 지구를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