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가락이 눈앞을 맴돌자 신경 쓰이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휴머노이드 영상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손가락이 코에 닿자 냉큼 낚아채는 자연스러운 동작은 로봇공학의 놀라운 수준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화제의 휴머노이드는 지난해 말 유튜브 영상 한 편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영국 로봇 스타트업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의 ‘아메카(Ameca)’다.
지난 5~7일 미국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에도 참가한 아메카는 보다 풍부해진 표정과 다양한 제스처, 특히 주변 사물의 움직임에 따른 상호작용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메카는 CES 2022 등장이 예고되면서 로봇공학 관계자들의 관심을 전부터 끌어왔다. 엔지니어드 아츠가 지난해 12월 23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이 워낙 유명했기 때문이다. 아메카는 코를 만지려는 인간의 손길에 신경이 곤두선 듯 다양한 상호작용을 보여줬다.
이 영상에서 아메카는 나비나 파리 등 곤충이 눈앞에 아른거릴 때 사람이 짓는 표정을 똑같이 흉내 냈다. 코에 손이 다가오자 고개를 뒤로 슬슬 빼는가 하면, 손가락이 닿자 심지어 사람 손을 잡아채 제지했다.
엔지니어드 아츠는 아메카에 장착된 레이더와 카메라가 주변 움직임을 실시간 포착하고, AI가 학습한 바대로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대상에 따라 어떤 행동을 보일지 기준을 정해주면 여기에 맞춰 학습을 반복하고 상황에 맞게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엔지니어드 아츠 관계자는 “아메카는 ‘퍼스널 스페이스’, 즉 사람의 신체를 둘러싼 개인 공간 영역을 침범 당하면 날선 반응을 보이도록 학습됐다”며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공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아메카는 우호적인 인물이 접근하면 대수롭지 않게 행동한다”고 전했다.
CES 2022에서 아메카는 밝은 표정으로 부스를 찾는 사람들과 호흡했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엔지니어드 아츠 관계자 옆에서 말을 엿듣거나 맞장구를 치는 등 풍부한 표정과 제스처를 구현하자 관람객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다.
아메카의 자연스러운 표정과 관절 움직임은 첨단 기계식 팔다리와 액추에이터, 사람의 인대 역할을 하는 부품들과 센서에 의해 구현된다. 모터 등 하드웨어와 카메라와 라이다(Lidar) 등 각종 센서, 펌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메즈머(MESMER)'라는 전용 플랫폼을 사용해 개발됐다.
일각에서는 아메카의 행동이나 표정이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엔지니어드 아츠는 “현존하는 가장 진보한 휴머노이드인 아메카는 학습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때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