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동계올림픽이 5일부터 본격적인 경기 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전날 개회식에서 성화대 점화가 없었던 이유가 밝혀졌다.

이번 올림픽의 오프닝을 총지휘한 세계적 영화감독 장이머우(장예모, 72)는 4일 밤 개회식 직후 중국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고 성화대에 점화하지 않은 까닭을 들려줬다.

장예모 감독은 "거대한 눈꽃을 형상화한 성화대에 성화봉을 꽂은 것으로 점화를 대신한 데 대해 의아해하는 시청자가 많았을 것"이라며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일엽지추(一葉知秋)라는 중국 철학을 녹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뭇잎 하나만 봐도 가을이 왔음을 안다는 의미의 일엽지추는 주변의 작은 변화와 조짐을 통해 앞날을 예견하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을 담았다"며 "작은 것을 통해 사고방식을 다각화하고, 이를 통해 드넓은 세계를 알아가는 현재 중국인의 의지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개회식을 총지휘하는 장예모 감독 <사진=영화 '천리주단기' 스틸>

이어 "선수가 들고 있던 올림픽 성화는 비록 아주 작은 불이지만, 이를 통해 인류의 타오르는 열정과 올림픽 정신, 낭만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회식 총감독도 맡았던 장이머우는 '인해전술'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을 동원, 엄청난 스케일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다만 이번 동계올림픽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 '간소·안전·정채(精彩, 아름답게 빛나는 색채)'에 초점을 맞췄다.

이와 관련, 장예모 감독은 지난달 7일 중국중앙TV(CCTV)와 인터뷰에서 “동계올림픽 개회식은 100분 남짓 진행된다”며 “퍼포먼스에는 총 3000명가량이 동원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4시간 동안 무려 1만5000명이 등장했던 베이징올림픽에 비해 대폭 간소화된 것”이라며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고 혹한기 선수와 관계자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오후 베이징국가체육장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화 <사진=MBC 뉴스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하이라이트' 캡처>

올림픽 성화는 전통적으로 개회식 당일까지 점화 방식이 비밀에 부쳐진다. 이번 올림픽의 경우 마지막 주자인 디니거얼 이라무장, 자오 지아원 선수가 함께 들고 온 성화봉을 거대한 눈꽃 송이 성화대 중앙에 장착하는 데 그쳐 일부 시청자가 실망감을 드러냈다.

4일 밤 9시(한국시각) 베이징국가체육장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 개회식은 24회라는 대회 회차에서 딴 24절기를 상징하는 영상으로 시작됐다. 중국의 전통과 아시아의 매력에 중점을 둔 퍼포먼스로 구성하는 한편, 드론이나 3D 그래픽 등 첨단 기술도 적극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오는 20일까지 계속된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