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우주 개척에 다람쥐의 동면을 응용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의 체내에서 벌어지는 세균의 작용을 사람의 인공동면에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연구팀은 우주여행에 꼭 필요한 인공동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다람쥐의 동면 테크닉을 응용할 수 있다는 논문을 최근 공개했다.

사람의 몸은 우주 공간에서 여러 변화를 겪는다. 특히 우주에는 중력이 거의 없어 몸을 지탱하기 위해 근육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우주비행사들이 근육량이 줄지 않도록 시간을 정해놓고 열심히 운동하는 이유다. 심지어 지구로 돌아온 뒤에는 재활훈련도 거쳐야 한다. 이런 문제들은 성큼 다가온 우주여행 시대에 과학계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열세줄땅다람쥐 <사진=pixabay>

인공동면 상태에서는 근육 운동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연구팀은 겨울잠 중에도 최대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동물들의 동면 테크닉에 주목했다. 이 중에서도 장내 세균 작용으로 혈중 요소에 포함된 질소를 재활용하는 열세줄땅다람쥐(Ictidomys tridecemlineatus)를 유심히 관찰했다.

열세줄땅다람쥐는 겨우내 6개월 정도 잠을 자면서 꼼짝도 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근육량이 줄지 않는다. 체내 흐름을 체크할 수 있는 표지를 요소에 부착하고 다람쥐에 주입, 조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 관계자는 "다람쥐는 장내 세균의 작용 덕에 혈액의 요소에 포함된 질소를 재활용했다"며 "이 과정을 통해 근육량을 일정하게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패신저스'의 한 장면. 인공동면 오류로 깨어난 짐(크리스 프랫)이 오로라(제니퍼 로렌스)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영화 '패신저스' 스틸>

이어 "요소는 혈액을 타고 장으로 들어가 장내 세균에 의해 일종의 대사산물로 분해된 뒤 근육까지 도달했다"며 "요소를 분해하는 다람쥐의 장내 세균을 제거했더니 대사산물은 근육까지 닿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열세줄땅다람쥐의 동면 비법을 우주비행사는 물론 오랜 와병으로 근육이 감소한 환자에 적용할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미 우주 공간에서 사람의 어떤 근육 단백질이 감소하는지 파악됐기 때문에 추적 강화도 가능할 전망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다람쥐가 오랜 진화를 통해 터득한 능력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은 물론 어렵다"면서도 "인간이 소량의 요소 질소를 재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사례도 있는 만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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