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변 이식을 통해 양극성장애를 개선하는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 분변 이식이란 타인의 대변 속 미생물을 활용한 치료법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분변 이식을 통한 양극성장애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실험에서는 변을 이식받은 환자의 양극성장애뿐 아니라 불안장애와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도 개선돼 학계가 주목했다.

연구팀은 어떤 약도 듣지 않는 10대 양극성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분변 이식을 시도했다. 이식은 성공적이어서 1년에 걸쳐 서서히 모든 약을 끊게 됐다. 감정 기복 역시 정상 수준까지 안정됐다.

특히 이 환자는 분변 이식 후 불안장애와 ADHD도 개선됐다. 정신 질환에 분변 이식을 사용하는 시도는 전에도 있었지만 다양한 병증에 효과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울증이라고도 하는 양극성장애는 조증과 우울증을 반복해서 겪는 병이다. 증상을 억제하기 위해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데, 정신안정제 등 종류에 따라 운동장애나 체중 증가 등 부작용이 따른다.

약도 잘 듣지 않는 정신질환을 분변 이식을 통해 치료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pixabay>

분변 이식의 원리는 인간의 장내에 사는 무수한 세균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 장내세균총은 우리 몸의 건강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특히 장내세균총 구성의 차이가 비만이나 당뇨, 과민성 증후군 발병과 관련됐다는 보고도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병든 사람의 장내에 건강한 장내세균총을 이식해 망가진 몸을 복구하는 것이 분변 이식"이라며 "원래 궤양성 대장염 치료를 목적으로 했으나 암, 간염, 감염병은 물론 정신질환에도 속속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의 똥이 정신병에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우울증 환자의 변을 생쥐에 이식하는 실험에서 시작됐다. 생쥐 역시 우울증 같은 증세를 보이자 학자들은 장내세균총의 위력을 차츰 알게 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물론 직접적 인과관계를 증명한 실험은 아니지만 분변 이식이 몇 가지 정신질환을 고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며 "여러 시도 끝에 학자들은 장내 세균이 장벽에 직접 작용, 미주신경을 통해 뇌에 신호를 보내거나 대량의 화학물질을 만들어 면역체계를 움직이는 사실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인간의 장내세균총은 면역체계 등 다양한 인체 기능에 영향을 준다. <사진=pixabay>

분변 이식은 톱-다운(top-down)과 바텀-업(bottom-up) 방식이 있다. 톱-다운은 캡슐을 삼키거나 코에 튜브를 꽂아 위나 장에 변을 전달한다. 보텀-업 방식은 관장을 통해 장으로 직접 분변을 이식한다. 전신 마취를 하고 대장 상부에 튜브를 삽입해 분변을 흘려 넣는 식이다.

이식될 분변은 반드시 전문의 검사를 거쳐 지정된 운송 루트를 통해 이식받을 환자에게 전해져야 한다. 다만 최근 분변 이식이 대중적 관심을 끌면서 나름의 방법으로 변을 이식하려는 위험한 시도도 늘고 있다.

실제로 호주 포크 밴드 보이 앤 베어의 보컬리스트 겸 기타리스트 데이브 호스킹은 대변을 이식해 줄 스태프를 따로 고용했다. 투어 때 변을 이식받으면서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날린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 관계자는 "아무리 효과가 있을 것 같아도 자기 방식으로는 위험하다"며 "반드시 의사의 감독 아래 제대로 검사를 거친 대변을 사용해야 세균 감염 등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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