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 없이 홀로 사냥하는 것으로 유명한 바다의 포식자 백상아리(great white shark)가 동료들과 일종의 사교 클럽을 형성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국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영국학술원 생물학 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낸 논문에서 백상아리가 의외의 사회성을 지녔다고 밝혔다.

영화 ‘조스’로 등 해양 호러영화의 단골손님 백상아리는 거의 단독 행동을 선호하는 유아독존형 이미지로 알려졌다. 다만 연구팀은 지역에 따라 동료와 함께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백상아리도 있다는 사실을 조사 결과 알아냈다.

백상아리의 사회성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 조사는 지난 2017년 10월 시작됐다. 이듬해 12월까지 멕시코 북서부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에서 약 200㎞ 떨어진 과달루페섬 인근 해역에서 상어들을 살폈다. 투명한 바다로 유명한 과달루페섬은 백상아리가 우글대 ‘상어의 섬’으로 불린다.

현존하는 상어 중 가장 포악하고 위험한 백상아리 <사진=영화 '47미터' 공식 포스터>

연구팀은 이곳에 서식하는 백상아리 수컷 3마리와 암컷 3마리 등 모두 6마리의 몸에 태그를 달고 각각 헤엄치는 속도, 깊이, 방향과 동료 간 접근을 모니터링했다. 각 태그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는 착용 5일 후 자동으로 떨어져 나가 회수 가능한 장치였다. 연구팀은 카메라 영상을 복사하고 다시 태그를 붙이는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태그가 부착된 백상아리들이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먹이를 찾아 몰려온 다른 개체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사실을 파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어떤 개체는 다른 동료와 1시간 이상(약 70분) 함께 헤엄쳤다”며 “이 정도 오래 동료와 어울리는 백상아리를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시간의 교류는 우연히 개체들이 친해진 결과는 아니다”며 “이는 백상아리들이 일종의 커뮤니티, 즉 사회적인 교우 관계를 이미 형성한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수중 최강의 포식자 백상아리를 등장시키는 영화가 적잖다. <사진=영화 '더 그레이트 샤크' 공식 포스터>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백상아리들이 주로 동성과 어울리는 경향이 관찰됐다. 수컷 상어는 수컷과, 암컷은 암컷끼리 함께 어울리고 사냥하기를 좋아했다.

교류하는 패턴은 개체마다 제법 차이가 있었다. 30분 간격으로 10마리 이상의 상어와 교류하는 개체가 있는가 하면 , 일부는 단 2마리와 어울렸다.

연구팀 관계자는 “백상어들의 교류는 주로 바다표범 번식지 인근에서 이뤄졌다. 사냥감이 주변에 있으면 동료들과 교감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누군가 사냥에 성공하면 그것을 보고 배운다. 이 과정에서 정보도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관찰 대상이 적어 확실한 결론을 내리려면 보강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홀로 바다를 누비는 공포의 학살자 백상아리들이 어느 정도 사회성을 가졌음을 알 수 있는 실험”이라고 자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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