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핵을 가진 몬스터급 혜성이 처음으로 관측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용하는 허블망원경이 포착한 혜성은 경이로운 크기를 자랑한다.

NASA는 12일 공식 홈페이지 및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엄청난 크기의 핵을 가진 혜성이 시속 3만5000㎞ 속도로 태양계에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혜성의 핵은 지름이 128~136㎞로 추정됐다. 이는 일반적인 혜성 핵보다 약 50배 크다. 게다가 질량은 10만 배에 달하는 무려 500조t으로 계산됐다.

유례가 없는 몸집을 자랑하는 이 혜성은 베르나디넬리 번스틴(C/2014 UN271 Bernardinelli-Bernstein)으로 명명됐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난 1월 8일 촬영한 혜성 사진 5장을 DEcam을 활용, 전파 관측 데이터를 해석한 결과 실체가 드러났다. 차세대 우주 관측 장비 중 하나인 DEcam은 ‘암흑 에너지 카메라(Dark Energy Camera)’의 줄임말이다.

베르나디넬리 번스틴 혜성의 상상도 <사진=NASA>

DEcam은 미국이 운용 중인 칠레 세로 톨롤로 천문대가 보유했다. 이곳 천문학자들은 1970년대 지어진 지름 4m 블랑코 망원경을 개조해 DEcam을 장착했다.

세로 톨롤로 천문대는 우주의 암흑 에너지를 집중 관측하는 암흑 에너지 서베이(Dark Energy Survey, DES)에 이 장비를 동원한 적이 있다. 실제 관측은 2013년부터 시작돼 2019년 일단 끝났지만 현재까지 다양한 우주의 신비를 관찰하고 있다.

미국 UCLA 천문학 교수 데이비드 쥬위트 교수는 “이번 혜성 관측 상 가장 큰 과제는 고체의 핵과 그것을 감싼 티끌과 가스를 구별하는 것이었다”며 “핵을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시각적으로 확인하기에는 혜성이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수는 “혜성의 핵을 감싼 주변부를 컴퓨터 모델로 제작한 뒤 허블 화상에 맞도록 조정했다”며 “이후 주변부의 광원을 제외하고 핵을 남기는 방식으로 그 크기를 가늠했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쥬위트 교수를 포함한 관측자들은 칠레 알마망원경(ALMA)도 동원했다. 알마가 잡아냈던 이전의 전파 관측 데이터를 비교한 뒤에야 혜성의 핵 직경과 반사율이 대략적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괴물 같은 혜성의 크기는 허블 우주망원경과 세로 톨롤로 천문대의 DEcam, 알마망원경이 합작해 밝혀졌다.

관측자들은 베르나디넬리 번스틴 혜성의 고향이 혜성의 발생원으로 여겨지는 ‘오르트의 구름’일 것으로 추측했다. 이 혜성은 현재 태양으로부터 약 32억㎞ 거리에 있으며 2031년 태양에 가장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는 토성 궤도의 약간 바깥쪽에 해당하는 약 16억㎞까지 접근한다는 게 관측자들의 설명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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