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사는 식물류 조류를 이용, 컴퓨터 부품에 1년간 전기를 공급하는 배터리가 개발됐다. 원리는 식물의 생존 방법인 광합성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낸 논문에서 현대인이 사용하는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1년간 전기를 공급할 친환경 배터리를 소개했다.

조류의 활발한 광합성을 이용한 이 배터리는 스마트 기기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무려 1년간 전기를 댈 수 있다.

파올로 봄벨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배터리 동력원으로 조류를 택한 건 특유의 친환경성이다. 조류는 물에 사는 단순한 식물류지만 수소를 생성하고 폐수를 정화하며 바이오연료로 활용된다. 심지어 대기의 이산화탄소까지 없애준다. 광합성 효율도 다른 종류의 식물에 비해 뛰어난 편이다. 때문에 조류의 광합성을 이용한 에너지원 개발 연구는 각국에서 활발하다.

AA사이즈의 작은 용기 안에 조류의 한 종류인 남조와 물을 넣은 배터리 <사진=케임브리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파올로 봄벨리>

파올로 교수는 “조류는 물과 태양만 있으면 고효율 천연 전지가 된다”며 “광합성에서는 햇빛이 화학에너지로, 물과 이산화탄소가 유기분자로 변환되는데 이때 전자도 만들어진다. 물론 회수하면 보통 전기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AA 타입의 작은 전지 용기에 조류의 한 갈래인 남조(藍藻)류와 물을 넣어 조류 배터리를 완성했다. 이 살아있는 발전기를 볕이 드는 일반 가정의 베란다에 설치한 결과, 장기간에 걸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했다.

파올로 교수는 “우리가 만든 조류 배터리는 알루미늄 전극으로 전자를 회수, ARM 사의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 ‘Cortex M0+’에 송전하는 구조”라며 “논문에 기재된 관찰 기간은 6개월이지만 조류 전지는 1년째 부지런히 발전 중”이라고 전했다.

조류 배터리로 전기를 공급받는 ARM사의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 ‘Cortex M0+' <사진=케임브리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파올로 봄벨리>

실험 결과 조류 배터리는 베란다에 볕이 들지 않는 어두운 날에도 계속해서 전기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조류가 흡수한 태양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시간차를 두고 처리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조류 전지는 방대한 양의 발전을 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전기를 덜 소비하는 저전력 프로세서에 어울린다. 다만 용량을 늘리는 방법을 찾는다면 전기차에 사용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당초 몇 주 만에 발전이 멈출 것으로 예상한 연구팀은 조류의 놀라운 광합성을 이용, 보다 오래가고 안정적인 동력원을 개발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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