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론 떡밥으로 유명한 베텔기우스(Betelgeuse)의 광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먼지 구름뿐 아니라 표면 온도 자체가 내려갔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베텔기우스는 지난 2020년 1월 오른쪽 아래를 중심으로 광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폭발설이 나돌았다.

일본 도쿄대학교 연구팀은 1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오리온자리 1등성이자 적색 초거성 베텔기우스가 2019~2020년 상당히 어두워진 원인을 분석한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일본 기상위성 히마와리8호가 찍은 베텔기우스 이미지들을 분석한 결과 적색 거성 자체의 표면 온도가 눈에 띄게 떨어져 광량이 줄었다고 결론 내렸다.

베텔기우스는 약 420일 주기로 밝기가 변하는 맥동변광성(pulsating star)이다. 즉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표면 밝기가 어느 정도 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광량 감소 현상이 두드러졌고, 그 결과 무려 별 밝기 등급이 1.6까지 내려갔다. 천문학자들은 수명을 다한 베텔기우스가 조만간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것으로 추측했다.

아티스트가 재현한 먼지구름에 의한 베텔기우스의 감광현상 <사진=ESO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Artist’s animation of Betelgeuse and its dusty veil' 캡처>

이번 조사에 참가한 도쿄대학원생 다니구치 다이스케 연구원은 “2014년 10월 7일 발사된 히마와리8호는 고도 약 3만6000㎞ 정지 궤도에서 지구 화상을 10분 간격으로 찍고 있다”며 “기상 관측이 목적이지만 이 위성의 카메라 화각에는 지구 가장자리 바로 바깥쪽도 포함돼 달이나 행성, 밝은 항성이 포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2017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히마와리8호가 찍은 이미지를 분석, 가시광선부터 중간적외선(0.45~13.5㎛)까지 베텔기우스의 4년 반에 걸친 광도곡선(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천체의 밝기 곡선)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54개월간의 베텔기우스 광도곡선에는 이 적색 거성이 대폭 감광한 시기도 포함됐다. 정밀 조사 결과 베텔기우스의 표면 온도 자체가 약 140℃나 떨어졌고, 주변에 가스가 응집하면서 먼지 구름이 형성돼 지구에서 바라볼 때 빛 감소가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두 원인이 베텔기우스 감광에 준 영향은 5대 5라고 평가했다.

베텔기우스의 광량 감소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활발하다. 유럽남방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ESO)는 지난해 6월 초거대망원경(VLT)을 통해 베텔기우스의 밝기 변화를 면밀히 관찰한 결과 방출된 가스가 구름이 되면서 별의 빛을 30%나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베텔기우스의 표면 온도 저하를 포착한 일본 기상 위성 '히마와리 8호' <사진=일본기상위성센터 공식 홈페이지>

다니구치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ESO의 발견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베텔기우스 표면의 온도도 낮아졌다는 새로운 사실을 담고 있다”며 “고작 730만 년 내외로 굉장히 젊은 베텔기우스가 벌써 초신성 폭발설에 휘말린 것은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천문학계는 이번 연구가 기상위성을 통한 천체 관측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구의 대기는 가시광선과 전파, 일부 적외선 등 한정된 파장의 전자파만 통과할 수 있어 X선 등은 지상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없다. 대기에 흡수되는 파장대의 전자파는 우주망원경을 통해 관측 가능하지만 개발 및 운용비가 지상 망원경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이 든다. 

다니구치 연구원은 “중간 적외선에서 고빈도 관측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히마와리8호 같은 기상 위성은 향후 지상의 망원경이나 우주망원경의 단점을 극복할 저렴하고 효율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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