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손가락을 살아있는 피부로 덮는 시도가 처음 성공을 거뒀다. 로봇을 감싼 피부는 상처가 차차 치유되는 놀라운 기능까지 갖췄다.

일본 도쿄대학교 타케우치 마사하루 교수 연구팀은 9일 국제 학술지 매터(Matter)를 통해 인간의 피부 세포를 활용한 손가락 형태의 로봇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사람들 틈에 완벽하게 스며드는 휴머노이드를 만들기 위해 사람 피부 세포에 주목했다. 고도의 사실감을 표현하기 위해 특수 배지에 사람 피부 세포를 배양해 만든 진짜 피부를 덮기로 결정했다.

진피세포를 섞은 콜라겐 용액에 로봇 손가락을 넣고 배양한 결과물 <사진=도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타케우치 교수는 “휴머노이드 등 로봇의 겉모습이 정말 인간답다면 원활한 소통이 촉진되고 친밀감도 느껴질 것”이라며 “현재 대부분의 인간형 로봇은 실리콘 피부를 사용해 발한이나 열 배출, 자가 복구 등 인간 피부의 특징을 재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용 피부는 콜라겐 용액과 결합이 핵심이다. 고정 장치에 로봇 손가락을 장착하고 진피세포를 섞은 콜라겐 용액에 담근다. 진피 조직들은 콜라겐 용액에서 배양되는 과정에서 로봇 손가락에 딱 달라붙는다. 이는 페인트 초벌 작업처럼 균일한 토대가 돼준다.

연구팀은 고정 장치를 천천히 회전시키면서 표피세포를 로봇의 손가락에 잘 들러붙도록 했다. 배양된 피부로 둘러싸인 손가락은 로봇에 생동감을 더해줬다.

타케우치 교수는 “배양된 피부는 튼튼하고 유연성이 뛰어나 손가락을 완전히 구부리는 동작에도 찢어지지 않고 견뎠다”며 “인간의 피부 조직의 특성인 발수성도 그대로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이 피부가 실제 사람처럼 치유된다는 사실이다. 타케우치 교수는 “상처가 날 경우 콜라겐 반창고를 붙여두면 저절로 낫는다”며 “메스로 배양 피부에 상처를 내고 콜라겐 시트를 붙이자 세포가 이동‧분열해 7일 정도면 복구됐다”고 전했다.

Ⓐ배양된 피부로 둘러싸인 손가락형 로봇의 관절 운동 Ⓑ배양된 표피 조직 Ⓒ사람 피부와 똑같은 발수성 <사진=도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가 살아있는 피부로 뒤덮인 로봇 개발의 첫걸음이라고 자평했다. 현재 배양 피부는 진짜 조직에 비해서는 상당히 약하고 배양액에서 빼내면 1시간 정도 뒤에 자연 손상이 발견됐다.

타케우치 교수는 “향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며 “감각 뉴런과 손톱, 땀샘 등 보다 사실적이고 기능적인 피부 구조를 만들어내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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