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형 로봇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한 가운데, 인간의 몸 구석구석을 돌며 난치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로봇이 등장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의 혈관을 타고 다니며 약물을 옮기는 등 질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 형태의 로봇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 로봇이 과학계에 유례가 없는 원격조작 보행 로봇이라고 소개했다. 움직이는 형태가 실제 게를 닮은 이 로봇은 ▲무동력 ▲원격조작 ▲0.5㎜에 불과한 작은 크기 ▲즉각 데워지고 식는 재질이 특징이다.

로봇 개발을 이끈 이 대학 존 로저스 교수는 “옆으로 걷는 게의 특이한 보행 방법에 영감을 얻어 로봇을 제작했다”며 “형상기억합금의 탄성을 살려 전기 없이 움직일 수 있으며 열을 가하면 미리 기억된 형상으로 돌아가고 식히면 변형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게 형상 로봇 <사진=노스웨스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로봇은 현재 게 모양을 하고 있지만 재질 특성상 귀뚜라미나 장수풍뎅이 등 어떤 곤충, 어떤 생물로도  찍어낼 수 있다. 전기가 없어도 동작하기 때문에 인체에 투입, 막힌 동맥을 청소하거나 암과 내출혈을 치료하며 환자에 부담이 덜한 외과수술까지 도울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로저스 교수는 “특수한 레이저를 쏴 로봇의 각 부품 온도를 세밀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며 “이런 조작에 의해 기억 형상과 변형 형상을 끝없이 전환함으로써 로봇은 사람의 의도대로 동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가 없어도 돌아다닐 수 있는 이 로봇은 사람의 치료는 물론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틈새를 파고들어 건물이나 기계 등을 조립하거나 수리할 수 있다”며 “몸집이 작기 때문에 신속하게 냉각된다. 덕분에 로봇은 빠르게 달리기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로봇은 1초 만에 자기 몸집의 절반가량, 즉 0.25㎜를 이동할 수 있다. 1분으로 따지면 13.5㎝를 이동한다. 물론 느린 속도지만 향후 몸체를 더 작게 하면 속도를 더 낼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게다가 지금 속도는 인체 치료를 가정하면 그렇게 느린 것도 아니라는 게 로저스 교수의 설명이다.

교수는 “우리 로봇은 생산도 아주 쉽고 간단하다. 신축성 있는 기재에 접착해 수축시키면 게 로봇이 튀어나온다”며 “8년 전 우리가 직접 고안한 팝업 조립법이 게 로봇에 이르러 빛을 본 셈”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0.5㎜인 로봇의 크기를 향후 더 작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실험을 거듭해 몸체가 나노로봇 수준까지 소형화될 경우 난치병을 넘어 불치병 치료에도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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