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우리보다 한참 앞서간다.”

한국 영화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값진 성과를 내며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중국 언론들이 이례적으로 부러움과 자조 섞인 논평을 내놨다. 현지 연출가들은 아카데미에서도 괄목할 성적을 거둔 우리 영화계가 중국을 크게 앞섰다고 한탄했다.

온라인 매체 텅쉰망은 최근 열린 제75회 칸영화제에서 박찬욱(59) 감독이 감독상(헤어질 결심), 배우 송강호(55)가 남우주연상(브로커)을 수상한 사실을 전하며 “한국 영화의 약진이 무섭다”고 평가했다.

텅쉰망은 “한국은 2020년과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세계 영화계가 놀랄 좋은 상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칸영화제 첫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역대 두 번째 감독상을 수상하며 중국을 따돌렸다”고 덧붙였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브로커’로 한국 배우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 <사진=CJ ENM>

한국 영화계는 2020년 봉준호(53) 감독의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휩쓸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에는 윤여정(75)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쥐며 기세를 이어갔다.

광저우일보는 “중국 영화가 2000년대 들어 퇴보한 반면 한국 영화는 르네상스를 맞았다”며 “이 무렵부터 한국 영화인들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 왔다”고 호평했다.

신문은 “2002년 임권택(84)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이래 홍상수(62) 감독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도망친 여자)을 수상했다”며 “‘기생충’의 봉준호는 2021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으며 중국에 자극을 줬다”고 언급했다. 특히 “한국 영화가 앞으로 세계 영화계에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데 많은 예술인들이 동의한다”고 전했다.

중국 국뽕영화를 대표하는 ‘장진호’.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 덕에 흥행했다. <사진=영화 ‘장진호’ 포스터> 

중국 영화계에서는 스튜디오들이 공산당을 찬양하는 일명 ‘국뽕영화’ 내지 사극에 너무 집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제작자는 “무려 11년 전 방송한 TV 드라마 ‘견훤전’이 아직도 수시로 웨이보 트렌드에 진입하는 점만 봐도 중국은 콘텐츠가 퇴보한 나라”라며 “흥행이 담보되는 애국‧액션 영화만 만들어서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사 관계자는 “중국은 정부가 국뽕영화 의무 상영 기간을 정할 정도로 문화 수준이 후퇴한 상황”이라며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리루이준(리예군, 39) 감독의 ‘리턴 투 더스트’가 입선했지만 중국은 3대 국제 영화제를 취재하지도 않고 좋은 외화를 개봉하지도 않는다”고 한탄했다. 

이어 “좋은 영화에 대한 관객 주목도와 관심은 날로 떨어지고 우리 영화계에 대한 비판은 줄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뽕영화만 찍어낸다면 세계 영화계의 중심에서 한참 멀어지고 말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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