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표면을 휘감은 강력한 플라즈마를 담은 고해상도 화상이 공개됐다. 관측 사상 태양의 가장 가까이서 찍은 이번 사진에 학계는 물론 일반의 관심이 집중됐다. 

유럽우주국(ESA)은 1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태양 탐사선 솔라 오비터(Solar Orbiter)에 탑재된 극자외선 촬영장치(Extrme Ultraviolet Imager, EUI)가 잡아낸 태양 남극 사진들을 선보였다.

ESA에 따르면 사진 속 밝은 영역은 자력선이 루프 상으로 닫혀 있고, EUI는 갇힌 플라즈마로부터 방출된 자외선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어두운 영역은 자력선이 닫혀 있지 않아 플라즈마가 우주 공간으로 유출, 태양풍이 뿜어져 나왔다.

솔라 오비터가 태양에 약 4800만㎞까지 접근해 촬영한 이미지. 극적외선 촬영장치(EUI)가 담았다.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들은 솔라 오비터가 지난 3월 26일 태양에 0.32 천문단위(약 4800만㎞)까지 접근해 촬영했다. 천문단위란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1억4959만7870.7㎞)를 뜻한다.

ESA 관계자는 “수성의 근일점거리가 약 0.31 천문단위(약 4600만㎞)이므로 수성이 태양에 가장 근접하는 수준까지 솔라 오비터가 다가간 셈”이라며 “탐사선이 태양에 근접할 당시 내열 실드의 온도는 500℃도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솔라 오비터가 과거 어느 때보다 태양에 가까이 접근한 덕에 EUI는 매우 상세한 태양 대기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었다. 솔라 오비터는 태양에 접근한 4일 후인 3월 30일 EUI를 사용해 파장 17㎚(나노미터)의 극자외선으로 촬영에 나섰다.

솔라 오비터의 최근접 촬영에서 포착된 고슴도치 현상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EUI는 태양 코로나가 표면보다 높은 100만℃까지 가열되는 일명 ‘코로나 가열’ 현상을 알아보기 위해 솔라 오비터에 탑재됐다. 태양 광구와 코로나 사이의 대기층인 채층과 태양 맨틀의 중층에서 깊이 약 400~900㎞ 부분의 천이층, 태양 코로나를 주로 촬영한다. 극자외선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미지 속 색상은 임의로 착색됐다.

솔라 오비터의 수확 중 ESA의 눈길을 끈 건 고슴도치(hedgehog)라고 명명된 독특한 태양 구조다. 3월 30일 EUI에 잡힌 이미지를 보면 중앙 아래쪽에 고온과 저온 가스가 스파이크 모양으로 여러 개 늘어선 것이 보인다.

ESA 관계자는 “고슴도치 구조는 사진 속에 작게 표현된 것 같지만 실제 지름은 약 2만5000㎞로 지구의 2배”라며 “태양 대기 속에서 이런 구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지구 궤도를 돌며 테스트 중인 솔라 오비터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ESA는 솔라 오비터의 근접 관측으로 얻은 데이터를 이제 막 분석하기 시작했으며, 향후 인류가 태양에 대해 몰랐던 사실이 일부 밝혀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EUI의 주임 연구원 데이비드 버그만은 “만약 솔라 오비터가 당장 작동을 멈추더라도, 이번에 모은 자료를 제대로 이해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의 북극이나 남극에서 관측되는 다양한 활동은 이 거대한 항성의 수수께끼를 풀 열쇠로 여겨진다. 솔라 오비터는 향후 스윙바이(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조정하는 탐사선의 목표 궤도)를 여러 차례 변경해 태양의 극지방을 근접 관측할 계획이다. 다음 접근은 오는 10월 13일로, 이때는 태양에 0.29 천문단위(약 4300만㎞)까지 다가갈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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