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가 1㎝를 넘어 육안으로도 관찰 가능한 세균이 맹그로브 늪지에서 발견됐다. 학계는 500분의 1㎜ 크기인 일반 세균보다 무려 5000배나 큰 거대 세균의 출현에 주목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2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한 논문에서 카리브 남부의 프랑스령 과들루프 섬 맹그로브 늪지에서 역대 가장 큰 세균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사람의 속눈썹보다 길어 육안으로 쉽게 관찰되는 이 세균은 현미경으로 확대해야 보이는 일반 세균의 최대 5000배인 1㎝의 몸길이를 자랑한다. 보통 세균을 신장 약 175㎝인 사람으로 치면 이 세균의 크기는 에베레스트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과들루프 섬의 붉은 맹그로브 자생지 늪에 잠긴 잎에서 이 세균을 발견했다. 육안으로도 보이는 흰 실 같은 형태에 연구팀은 처음에는 세균인 줄도 몰랐다.
조사 관계자는 “모양도 사람 속눈썹을 닮은 이 세균은 처음 보는 생물이어서 샘플을 채취했다”며 “조사 결과 식물 세포도 동물 세포도 아니었다. 유전자를 해석한 뒤에야 세균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 세균이 황(황화수소)을 산화시키는 티오마르가리타속 세균의 근연종이라고 판단했다. 거대한 몸집에 착안, 웅장하다는 의미의 라틴어 ‘magnifica’를 붙여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nifica)’라고 명명했다.
이 세균은 아직 배양 전으로 생태 등 모든 면이 베일에 싸여 있다. 연구팀은 세균이면서 이렇게 큰 이유가 무엇인지 중점 조사할 계획이다. 세균 연구에 있어 몸집은 의외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조사 관계자는 “이런 커다란 종이 존재한다는 것은 세균의 크기 한계에 대한 기존 상식을 뒤엎는다”며 “지금까지 조사에서 내부 구조가 고도로 조직화된 것을 파악했다. 보통 세균처럼 유전물질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유전물질이 패키지 같은 것에 싸여 있는 형태”라고 전했다.
이어 “세균이라기보다 식물이나 동물 같은 복잡한 세포 구조”라며 “이런 세균은 단순한 생명체와 복잡한 생명체를 연결하는 미싱링크인 동시에, 학자들 상상보다 복잡하게 진화한 세균 샘플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조사만으로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는 더 이상 미생물이라고 부를 수준이 아니라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대부분의 세균은 똑같은 세포 2개로 분열되는데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는 끝부분에 작은 싹이 발아한 뒤 떠돌다 또 다른 개체로 성장한다.
특히 이 세균은 몸집이 크면서도 겉면에 어떤 세균도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가 항생제 같은 것을 분비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연구 중이다.
조사 관계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세균의 다양성은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놀라운 소식”이라며 “향후 이 세균을 조사하면서 알게 될 사실이 얼마나 흥미로울지 벌써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