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빙이 기본으로 여겨졌던 중국 드라마들이 배우 본인 목소리를 기용하기 시작하면서 성우들의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시나 등 중국 언론들은 14일 기사를 통해 최근 사극이나 현대극 출연 배우들이 본인 목소리로 연기하는 경우가 늘면서 성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웨이보에도 배우 본인의 목소리 연기가 부쩍 많아져 성우들이 생활고를 느낀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성우라고 밝힌 익명의 남성은 “더빙은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라며 “배우와 더불어 성우도 어엿한 연기자인 만큼 우리의 영역을 침범하면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진효와 더불어 '몽화록'의 인기를 견인한 유역비 <사진=드라마 '몽화록' 공식 스틸>

중국 드라마에서 배우가 연기를, 전문 성우가 목소리를 각각 연기하는 것은 일반적이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언젠가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전쟁 드라마 ‘왕패부대’에 출연한 샤오잔(초전, 31)이 직접 목소리를 연기한 것이 최근 흐름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히트 사극 ‘몽화록’을 기획한 동영상 서비스 업체 텐센트는 향후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연 배우들은 더빙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아예 못을 박았다. 리우페이(유역비, 35)와 천샤오(진효, 35) 등 ‘몽화록’의 주연 배우들 본인 목소리 연기가 호평을 받은 데 따른 결정이다.

지난 5일 아이치이를 통해 방송을 시작한 우레이(오뢰, 23), 짜오루스(조로사, 24) 주연 사극 ‘성한찬란’ 역시 주연 배우들의 목소리를 썼다. 시청자들은 물론  조로사 등 배우들도 목소리 연기에 흥미를 느꼈다고 밝히면서 배우 본인 음성을 기용하는 분위기는 확산될 전망이다.

의상의 일본색 등 논란도 있었으나 배우들의 목소리를 직접 넣어 호평받은 '성한찬란' <사진=드라마 '성한찬란' 공식 포스터>

중국 드라마 제작 시장에서 성우를 기용할 경우 그 비용은 배우가 받는 보수에서 떼 지불된다. 때문에 배우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목소리 연기를 연마하기도 한다. 호평을 받은 진효나 유역비는 실제 목소리가 좋고 연기 톤 역시 훌륭한 배우로 유명하다.

성우를 배제하는 현상은 중국 정부의 방침과 정반대이기도 해서 주목된다. 영화 및 드라마 등 미디어를 관장하는 중국 국가광파전시총국은 지난 5월 연원빙용합동시범문본(演員聘用合同示範文本)을 별안간 비준했다. 

이 제도는 영상물에 출연하는 배우가 자기 목소리 대신 전문 성우를 기용할 것을 권장한다. 당시 광전총국은 “배우 본인 음성으로 연기해도 제약은 없다”면서도 “발음 상 문제가 있거나 심한 방언 때문에 콘텐츠 소비자에 불편을 주는 경우 성우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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