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좋다는 기존 연구결과를 반박하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소량이라도 맥주를 매일 마시면 철분이 축적돼 인지 기능 저하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학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PLOS Medicine’에 낸 논문에서 비록 소량이라도 맥주를 매일 마실 경우 뇌를 쇠약하게 해 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매일 알코올 8g(술 100g 당 알코올 함량. 알코올 도수 8%와 동일)씩 일주일간 56g 이상 마시면 뇌 속 철분이 증가했다. 뇌에 축적된 철분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발병과 관련성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다른 술과 마찬가지로 맥주를 마시면 체내 철분이 늘어난다. 맥주 중 철분이 가장 많이 함유된 것은 흑맥주 계열이다. 반대로 철분 함량이 가장 적은 맥주는 네덜란드나 아일랜드에서 생산되는 담색맥주다.

흑맥주가 철분을 많이 함유하는 것은 제조과정에서 착색과 맛을 위해 사용하는 캐러멜이나 엿기름 때문이다. 페일 등 담색맥주는 녹맥아를 급히 건조, 최고온도를 낮게 유지하며 은근하게 만들어 철분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음주도 뇌 철분 축적을 촉진해 인지력 저하를 부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맥주 속 철분이 어느 정도 쌓여야 인지능력 저하에 영향을 주는지 실험했다. 적당히 마셔도 뇌 인지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대규모 피실험자를 동원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UK바이오뱅크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 2만965명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55세로, 남녀 대비는 거의 절반이었다. 피실험자들은 모두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뇌를 검사했고 이중 7000명은 간 검사도 받았다. 인지 기능과 운동기능 검사 역시 이뤄졌다.

그 결과 1주일에 56g 이상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대뇌 기저핵의 철분 농도 상승을 나타내는 마커가 확인됐다. 대뇌 기저핵은 운동제어나 학습, 안구 운동, 인지, 감정 등에 관여한다.

조사 관계자는 “술을 조금 마셔도 뇌에 변화가 있다는 것은 관련 분야 연구자들에게도 의외로 다가왔다”며 “이 정도로 적은 알코올로도 뇌의 철분 농도가 높아질 줄은 미처 몰랐다”고 전했다.

뇌의 철분 증가는 알츠하이머병 등을 부르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사진=pixabay>

이어 “데이터에 따르면 영국인들은 기준보다 훨씬 음주량이 많았다”며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 2.7%를 제외한 피실험자들의 1주일 평균 알코올 섭취량은 무려 144g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뇌 속 철분 농도를 직접 계측한 것이 아니라 자기장 변화 등을 통해 간접 분석한 결과다. 게다가 체내 철분 농도를 낮추는 약도 이미 나와 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맥주 350㎖ 한 캔당 알코올이 14g 정도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적은 음주량이 사람들의 건강에 이롭다는 기존 연구가 모두 맞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며 “음주에 따른 철분 축적을 조사한 시도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체내 철분 농도를 줄이는 약이 존재하지만 적은 양의 음주가 인지 기능 저하와 이어진다고 밝혀진 이상 약보다 음주 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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