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끈펭귄(Chinstrap Penguin)은 4초간 선잠을 1만 회 반복해 하루 약 11시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턱끈펭귄의 이런 독특한 수면 전략은 천적의 위협을 감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극지연구소(KOPRI) 이원영 박사와 프랑스 리옹 신경과학연구소 폴 앙투안 리브렐 박사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들의 연구 내용은 같은 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도 소개됐다.

연구팀은 턱끈펭귄의 독특한 수면법을 추적 관찰했다. 2019년 12월 킹조지 섬에 서식하는 턱끈펭귄 14마리에 초소형 전극을 매립하고 뇌, 목 근육 등 신체 각 부분의 전기 활동을 기록했다. 가속도계와 전지구측위시스템(GPS)을 이용해 각 펭귄의 움직임이나 위치도 파악했다.

남극대륙의 턱끈펭귄은 천적이나 둥지 재료를 훔치는 동료를 감시하기 위해 4초 쪽잠을 자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pixabay>

이렇게 얻은 데이터는 펭귄들을 직접 촬영한 영상과 대조됐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펭귄들이 서 있거나 알을 품을 때 주로 잠을 자며, 그 평균 수면시간은 불과 3.91초라는 점, 이런 쪽잠을 하루 1만 번 이상 잔 사실을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턱끈펭귄은 하루에 평균 4초에 불과한 초단시간 잠을 1만 번 반복해 11시간의 수면을 확보한다"며 "혹한의 극지에서 날지도 못하는 턱끈펭귄은 끊임없이 주위를 경계하기 위해 이 방법을 개발한 듯하다"고 전했다.

이어 "펭귄 무리 끝부분의 개체들은 중심부 개체에 비해 1회 수면시간이 다소 길었다"며 "이런 미세한 차이는 무리 중심이 밀집도가 높아 둥지를 만들 재료를 도난당하는 일이 잦고 그에 따른 소란이나 몸싸움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특한 수면 습관을 지닌 턱끈펭귄은 몸길이 약 70㎝, 체중 6~7㎏의 중형 펭귄이다. <사진=pixabay>

남극 대륙과 남대서양 섬에 서식하는 턱끈펭귄은 눈 뒤에서 목까지 수염 같은 검은 줄무늬가 나 수염펭귄으로도 부른다. 새끼가 태어나면 암수가 함께 둥지를 만들고 교대로 사냥이나 육아를 담당한다.

연구팀은 턱끈펭귄의 극단적인 수면 전략이 몸에 주는 영향을 향후 들여다볼 계획이다. 인간이 1회 4초가량의 쪽잠을 잔다고 가정하면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쳐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변성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사 관계자는 "턱끈펭귄의 수면 전략은 듣기만 해도 피곤할 정도로 인간의 관점에서 비정상적"이라면서도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고 번식하기 위해 고안한 독특한 수면 전략은 자연의 신비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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