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사람처럼 신체 각부의 위치를 알아차리는 ‘위치각’을 터득했다는 주장에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신체 사용법을 익히는 로봇 팔을 공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로봇 팔은 사람의 위치각처럼 현재 형상과 자세를 학습해 최적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모터가 고장 나거나 장애물이 있어도 움직임을 조절해 미처 학습하지 않은 상황에도 대응한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도 소개된 이 로봇 팔은 카메라 5대 앞에서 적당히 관절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현재 형상과 자세를 로봇 스스로 관찰하고 학습했다.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 팔. 인간처럼 위치각을 파악한다. <사진=컬럼비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 구축된 신체 모델을 바탕으로 AI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행동 계획을 예측한다. 아래 영상에서 로봇 팔은 다양한 위치에 매달린 붉은 공을 만지는데, 이는 미처 학습하지 않은 작업들이다. 장애물도 알아서 피해 공을 만지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화면에 표시되는 그림자 같은 부분은 AI가 예측하는 로봇 팔의 움직임이다. 

연구팀은 이 로봇 팔이 단순히 최적의 동작을 예측할 뿐 아니라 배선을 절단하거나 모터가 타버리는 등 뜻하지 않은 고장에도 대응한다고 강조했다.

실험 관계자는 “로봇 팔은 몸통 동작이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경우 이를 인식하고 정상적인 모터로 오차를 수정한다”며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있어도 회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로봇 팔은 스스로 새로운 작업을 학습하고 필요에 따라 조정한다. 때문에 프로그램대로만 움직이는 기존의 로봇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신체적 의식을 갖춘 로봇”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연구팀은 로봇공학에서 의식을 논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로봇 팔에는 인간이나 동물 같은 의미의 의식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거 로봇들과 달리 현장에서 학습하고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은 이를 이용하는 인간에게 있어 매우 편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험 관계자는 “뛰어난 학습 적응 능력은 로봇 개발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준다. 차체 동작을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기능은 매우 실용적”이라며 “로봇 팔은 하루 학습만으로도 수만 개 데이터를 동원해 작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단선이나 모터 고장이 다반사인 산업계에서는 특히 편리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로봇 팔이 수년 전부터 개발되고 있지만 제로부터 직접 신체 모델을 구축하는 모델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그 증거로 장애물을 피하면서 공을 만지는 실험 성공을 들었다.

스스로 동작과 신체 사용법을 익히는 로봇 팔 <사진=컬럼비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실험 관계자는 “다음 목표는 이 기술을 좀 더 복잡한 로봇에 응용하는 것”이라며 “다만 지적 생명과 같은 의식(또는 그에 가까운 것)이 로봇에 깃들었다는 일부 시각은 맞지 않으며, 로봇공학이 이를 실현하는 것은 먼 길이기도 하다”고 선을 그었다.

학계는 향후 로봇 공학의 발달에 따라 고도의 학습형 로봇이 개발되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작업을 일일이 프로그래밍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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