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추위에도 견디며 작전을 수행하게 해주는 약을 미국이 개발 중이다.

미국 라이스대학교 생체공학 연구팀은 1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공동으로 추위에 내성을 갖게 하는 약을 만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신약은 병의 원인을 치료할 목적이 아니라 대증요법, 즉 어떤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기획됐다. '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저온 상황'을 극복하고 병사들이 평소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주된 목표다.

연구팀 관계자는 "혹한에 노출된 인체의 회복력을 일시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지향점"이라며 "비유전자 연구를 통해 제조될 새 약은 추운 전장에서 병사들의 전투능력을 높여주며, 극지에 머무는 탐험가나 과학자에게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인체는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군은 혹한기에 대비한 전술훈련을 반복해 실시한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추울 때만 연소되는 지방세포에 주목했다. 인체가 에너지를 사용해 열을 내는 열생산은 운동 같은 몸의 떨림을 통해 이뤄지는데, 갈색지방세포를 태우는 방식으로도 발열이 가능하다.

지방조직을 구성하는 지방세포는 백색지방세포와 갈색지방세포로 나뉜다. 백색지방세포는 식사 등에 따라 영양분이 들어오면 쓰고 남은 지방을 저장했다가 충분한 에너지가 보충되지 않을 때 사용한다.

갈색지방세포는 목이나 겨드랑이, 심장이나 신장 주위 등 제한된 곳에 분포한다.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저장하는 백색지방세포와 달리 지방을 분해·연소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갈색지방세포는 우리 몸의 천연 발열장치라고 할 수 있다"며 "한겨울 추위 등으로 체온이 떨어질 경우, 축적된 지방을 태워 열에너지를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병사들은 혹한기 설원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가정해 훈련을 거듭한다. <사진=pixabay>

이어 "백색지방세포는 지질이라는 지방산으로 이뤄지지만 갈색지방세포는 미토콘드리아가 밀집해 있다"며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관인데, 날씨가 추워지면 인체는 부신수질 호르몬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우리 뇌는 주변이 추워지면 갈색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조치한다. 이로 인해 몸이 따뜻해지고 주요 장기를 보호한다. 이번에 제조되는 약은 발열장치인 갈색지방세포를 강제로 활성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이번 연구의 주된 과제는 갈색지방세포 반응을 약으로 촉발하는 생체 스위치를 찾는 것이다. 갈색지방세포를 임의로 활성화할 약이 개발되면 혹한기 훈련처럼 며칠 또는 몇 주에 걸쳐 추위에 적응할 필요가 없어진다. 

DARPA는 병사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왔다. 2021년 5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와 함께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체내 임플란트 개발안을 발표했고, 그해 10월에는 수면 유발 펩티드를 조작, 수면의 질을 높이는 휴대 장치 개발에 나섰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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