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성의 강력한 붕괴도 없이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블랙홀이 특정됐다. 유럽남천천문대(ESO)의 초대형 망원경(VLT)이 6년간 수집한 관측 데이터를 이용한 이번 발견은 최근 이슈가 되는 ‘직접 붕괴(direct collapse)’, 즉 ‘실패한 초신성(failed supernova)’의 일례로 추측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우리은하의 동반은하(위성은하) 중 하나인 대마젤란은하에서 새로운 유형의 항성 질량 블랙홀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구로부터 약 16만 광년 떨어진 대마젤란은하 중 ‘황새치자리30(NGC 2070)’, 일명 타란툴라성운이 품은 1000개 가까운 대질량 천체를 대상으로 항성질량 블랙홀과 연성을 이루는 별을 조사했다.

블랙홀 연성 'VFTS243'의 상상도. 블랙홀에 의한 왜곡을 강조했다. <사진=ESO 공식 홈페이지>

항성질량 블랙홀은 무거운 항성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때 형성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다만 일부 천문학자들은 최근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지 않고도 직접 블랙홀이 형성될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조사 관계자는 “타란툴라성운 내에서 발견된 블랙홀 연성(쌍성계) ‘VFTS243’은 초신성 폭발을 동반하지 않고 블랙홀이 탄생하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보인다”며 “‘VFTS243’은 대질량 천체와 항성질량 블랙홀로 이뤄졌는데, 그 조합이 특이하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VFTS243’의 대질량 천체 질량은 태양의 약 25배다. 무거운 별의 마지막 일생에서 중력붕괴로 인해 생성되는 항성질량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9배, 공전주기는 10.4일로 각각 관측됐다.

통상 태양보다 8배 이상 무거운 항성은 생애 마지막에 ‘II형 초신성’ 현상을 일으키며 중성자별이나 항성질량 블랙홀을 만든다. 대질량 천체가 최후를 맞을 때 다른 항성과 연성을 이루고 있다면 블랙홀 연성이 탄생한다.

다만 연구팀은 원에 가까운 공전 궤도 등 블랙홀 연성 ‘VFTS243’의 특징들이 과거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지 않은 증거라는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VFTS243’에서 블랙홀을 형성한 별은 폭발 없이 완전히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질량 천체의 코어가 붕괴할 때 초신성 폭발을 동반하지 않고 직접 블랙홀이 형성되는 최근 보고 내용에 부합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직접 붕괴’ 또는 ‘실패한 초신성’ 현상의 직접적 징후라고 강조했다. 특히 향후 블랙홀 연성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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