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제트가 의문의 물체와 충돌해 V자로 분기하는 극적인 상황이 우주 관측 장비에 포착됐다. 블랙홀이 뿜어낸 제트가 천체나 가스 구름과 부딪힐 경우 주로 타원을 그리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찬드라 우주망원경이 X선으로 관찰한 우주 제트 이미지를 공개했다. 사진은 초대질량 블랙홀에서 방출된 고속 제트가 뭔가에 명중해 V자로 갈라진 형상이 선명하게 담겼다.
기묘한 현상은 벌어진 곳은 지구에서 약 1200만 광년 떨어진 전파은하 센타우루스자리 A(NGC 5128)다. 찬드라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이미지 하단 오른쪽의 V자가 제트와 수수께끼의 물질이 부딪힌 흔적이다.

NASA 관계자는 "센타우루스자리 A의 중심에 존재하는 블랙홀은 태양의 1000만 배 질량을 가지며 거대한 우주제트를 방출하고 있다"며 "놀라운 점은 X선으로 관찰하면 그 충돌 지점이 V자로 분기한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천문학계는 제트와 충돌한 물질을 일단 C4로 명명했다. 블랙홀 주변에서 제트의 V자 분기가 관찰된 적은 한 번도 없기에 정확한 이유도 현재 알 수 없다. C4가 단독 또는 연성일 가능성이 제기됐을 뿐이다.
NASA 관계자는 "C4에서 가스 바람이 불어 제트의 입자와 충돌해 난류가 생긴 듯하다"며 "그러면 제트 내에서 가스의 밀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X선이 방출된다. 찬드라가 포착한 것은 그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왜 V자가 되는지는 불분명하다. V자의 아래쪽은 블랙홀 제트의 원래 진행 방향과 거의 평행하지만 다른 쪽은 제트 방향과 각도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블랙홀은 주변의 물질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중력을 가졌지만 그 주위에는 빨려 들어가지 않고 회전하는 가스나 플라즈마 원반, 즉 강착 원반이 형성된다. 이 원반 내부 물질이 고온·고압이 되면서 일부 에너지가 블랙홀의 극 방향을 따라 광속으로 방출되는 것이 제트다. 찬드라 우주망원경이 이번에 잡은 V자의 한쪽 제트는 그 길이가 대략 700광년으로 장대하다.
NASA 관계자는 "센타우루스자리 A에서 항성이나 가스 구름으로 생각되는 물체에 충돌하는 블랙홀 제트가 목격된 적은 있다"며 "다만 이들을 X선으로 보면 타원의 반점처럼 보였다는 점에서 V자를 그린 C4는 향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