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일종의 진통제를 생성해 자가 치유에 나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식물이 스트레스 경감을 위해 아스피린의 원료인 살리실산을 생성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식물이 사람 손길을 받는 등 외부 요인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 사실에 주목했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사색이나 산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식물 역시 고유의 방법이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식물의 다양한 실험에 동원되는 애기장대의 스트레스 반응을 살폈다. 애기장대의 주요 스트레스 신호전달 경로를 임의로 차단한 뒤 강력한 빛을 쪼이면서 생화학적 분석을 진행했다.

식물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엽록체 내에서 살리실산을 생성한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모든 생물은 환경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성산소(ROS)를 만들어낸다”며 “바다에서 일광욕을 하다 보면 노르스름하게 피부가 타는데, 이는 활성산소의 자극으로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식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주된 요인은 해충이나 가뭄, 또는 지나친 더위”라며 “이때 만들어지는 활성산소는 너무 많으면 해롭지만 적당량이면 살리실산과 같은 방어 호르몬을 만들어 식물을 지켜준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받은 것은 MEcPP라는 일종의 경계 분자다. 세균이나 말라리아 원충에서도 볼 수 있는 분자로 식물의 경우 MEcPP가 축적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살리실산이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한 빛에 의한 스트레스로 색이 변해버린 애기장대(오른쪽) <사진=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공식 홈페이지>

해열진통제의 하나인 아스피린은 살리실산으로 만들어진다. 이 화합물은 예로부터 인간이 애용해 왔는데, 식물의 경우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는 등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실험 결과는 스트레스에 강한 식물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식물에 점점 가혹해지는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지식이 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어 “식물의 생존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의 미래에도 관계된 중요한 발견”이라며 “더위 등 스트레스에 강한 작물을 만들면 점점 심각해지는 식량난을 해소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