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표면에 난 수직 구멍(Lunar Vertical Hole)들의 내부는 약 17℃의 비교적 쾌적한 온도가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달 표면의 일부 수직 구멍은 안쪽까지 태양광이 닿지 않아 미래 관측 기지를 건설하기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루나 리커니슨스 오비터(LRO)’나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카구야’ 같은 달 주회 위성들이 발견한 200여 개의 달 수직 구멍들을 관찰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월면 기지의 유력한 후보지 마리우스 언덕 등에 세로로 난 수직 구멍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연구팀은 그간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사항들을 파악했다.

용암튜브로 인해 형성된 것으로 추측되는 달 표면의 수직 구멍(Lunar Vertical Hole). 운석 충돌로 인한 크레이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그중 하나는 수직 구멍들의 형성 과정이다. 연구팀은 달의 수직 구멍 200여 개 중 16개는 용암튜브(Lava Tubes)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지구에서도 발견되는 용암튜브란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지형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용암튜브는 용암이 흐를 때 형성될 수 있는 터널 형태의 지형”이라며 “용암튜브로 형성된 용암동굴의 천장이 붕괴되면서 세로로 뻥 뚫린 수직 구멍들이 여기저기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용암튜브 자체는 지구에서도 관찰된다”며 “용암동 천장이 무너지면서 생기는 독특한 수직 구멍들은 달은 물론 화성 일부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NASA의 달 주회 위성 '루나 리커니슨스 오비터(LRO)'가 잡아낸 달 마리우스 언덕의 수직 구멍. 모두 같은 것으로, 태양광 입사 각도에 따라 형상과 온도가 각각 변화한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대기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달 표면의 온도는 변화무쌍하다. 낮에는 약 127℃, 야간에는 영하 173℃까지 온도가 널을 뛴다. 달 유인 미션을 앞둔 NASA 천문학자들은 약 15일씩 계속되는 낮과 밤의 극단적 온도 변화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해 왔다. 언젠가 인류가 달 표면에 기지를 짓게 될 경우 온도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주목받는 것이 달의 수직 구멍이다. 그 내부는 직사광선에 내내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달 표면에 비해 비교적 안정된 온도가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용암튜브로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고요의 바다의 수직 구멍도 관찰했다. 지름과 깊이 약 100m로 추정되는 이 수직 구멍의 온도를 달 표면 암석 및 레골리스(달 표면)와 비교 분석했다.

JAXA의 달 주회 위성 '카구야'가 잡아낸 마리우스 언덕의 수직 구멍 주변부(왼쪽)와 이를 NASA 달 주회 위성 '루나 리커니슨스 오비터(LRO)'가 확대 촬영한 사진. 그 아래는 천문학자들이 분석한 수직 구멍 아래의 상상도. 동공 부분의 온도가 수직 구멍과 비슷할 것으로 학자들은 예측했다. <사진=JAXA·NASA 공식 홈페이지>

그 결과 수직 구멍 내부에서 그림자가 덮여 있는 부분의 온도는 거의 변함없이 17℃로 비교적 쾌적했다. 밤낮으로 약 300℃의 온도차가 나는 달 표면과는 딴판이었다. 더욱이 수직 구멍으로 연결된 것으로 예상되는 용암튜브 내부(동공)도 같은 수준의 온도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연구팀 관계자는 “수직 구멍 내부에서도 태양광에 비치는 바닥 부분은 온도가 높아 달의 적도에 가까운 고요한 바다의 경우 147℃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며 “위치나 깊이 상 태양광이 거의 들지 않는 수직 구멍들을 달 개발 기지의 우선 후보지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2020년 9월 연구에서는 달의 수직 구멍 바닥이나 거기서 수평으로 퍼지는 지하 공간이 우주 방사선 피폭을 줄일 곳으로 주목받았다. 때문에 달 표면의 수직 구멍들을 이용해 달의 전진 기지를 건설할 여러 계획들이 이미 학계에서 구상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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