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 8.2m 스바루망원경이 약 37광년 떨어진 적색왜성 주변에서 슈퍼지구로 추측되는 천체를 발견했다. 언젠가 현실이 될지 모를 인류의 행성이주 후보지 하나가 추가돼 학계 관심이 쏠렸다.
일본 국립천문대 하와이 관측소 연구팀은 태양으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약 37광년 거리의 항성을 공전하는 태양계 외행성을 발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외계행성은 주성의 해비터블 존(Habitable Zone=골디락스 존), 즉 항성 주위의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을 공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온 항성을 공전하는 외계행성의 생명 거주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중요한 관측 대상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번에 발견된 천체는 뱀자리 방향으로 지구에서 36.6광년 앞에 있는 항성 ‘로스 508(Ross 508)’을 공전하는 외계행성 ‘로스 508b’다. ‘로스 508b’는 최소 질량이 지구의 약 4배(3.47~4.55배)인 이른바 슈퍼지구(질량이 지구의 수배로, 암석질인 외계행성)로 추측된다.
‘로스 508b’의 공전주기는 10.77일로 산출됐다. 주성 ‘로스 508’은 크기와 질량이 모두 태양의 5분의 1 정도인 적색왜성이다. 세부적으로 태양과 비교해 반경은 약 0.21배, 질량은 약 0.18배다. 스펙트럼형은 M4.5V이며, 표면 온도는 태양(약 5500℃)의 절반인 약 2800℃다.
연구를 이끈 일본 국립천문대 소속 하라카와 히로키 연구원은 “태양계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로스 508b’는 ‘로스 508’과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공전하고 있다”며 “주성으로부터 평균 거리는 약 0.054 천문단위(au, 약 1억5000만㎞)로, 태양에서 수성까지 평균 거리의 7분의 1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스 508b’의 공전궤도는 이심률이 높은 타원형(궤도 이심률 약 0.33)으로 여겨진다”며 “때문에 ‘로스 508b’는 1년(지구의 약 11일) 주기로 ‘로스 508’의 골디락스 존에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해비터블 존을 공전하는 외계행성은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게 천문학계의 견해다. ‘로스 508b’ 관측에는 스바루 망원경에 탑재된 적외선 도플러 장치(Infrared Doppler, IRD)가 동원됐다. IRD는 시선속도법으로 외계행성을 잡아내는 고정밀 적외선 분광기로 적색왜성의 골디락스 존을 공전하는 외계행성 발견을 주목적으로 한다.
시선속도법은 외계행성의 공전에 따라 원을 그리듯 약간 흔들리는 주성의 시선방향 움직임을 기초로 외계행성을 간접 검출하는 방법이다. 행성 공전에 따라 주성이 요동치면 그 빛의 파장(색상)은 주성이 지구에 근접하도록 움직일 때는 짧게(파랗게), 멀어져 가도록 움직일 때는 길게(빨갛게) 주기적으로 변화한다.
이는 주성의 빛의 스펙트럼을 얻는 분광 관측을 통해 관측된다. 시선속도법으로 뽑은 데이터를 통해서는 외계행성의 공전 주기는 물론 최소 질량까지 구할 수 있다.
IRD의 목표물인 적색왜성들은 우리은하 속 항성 중 4분의 3가량을 차지한다. 태양 근처에도 많이 존재할 정도인데, 가시광선에서는 매우 어둡지만 적외선에서는 비교적 밝게 관측되기 때문에 IRD 같은 고정밀 분광 관측이 점점 성과를 내고 있다.
연구팀은 “‘로스 508b’의 발견은 2019년 시작된 IRD 관측 프로젝트 ‘IRD-SSP’가 거둔 값진 첫 번째 성과”라며 “앞으로도 IRD에 의해 적색왜성을 공전하는 외계행성의 발견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적색왜성을 공전하는 외계행성의 생명 거주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관측 장비가 필요하다”며 “조만간 완공될 구경 39.3m 급 유럽 초대형 망원경(Extremely Large Telescope, ELT)을 통한 ‘로스 508b’의 추가 관측은 대단히 흥미로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