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 시력 내주고 턱힘 얻었다?
2022-08-15 15:48

먹이의 근육을 잘라내고 뼈까지 분지르는 티라노사우루스의 강력한 턱이 시력을 내준 결과물이라는 학설이 제기됐다.

영국 버밍엄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공룡계 최강의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의 교합력(치악력), 즉 세게 무는 힘이 시력 대신 얻은 무기라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룡 하면 떠올리는 티라노사우루스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튼튼한 근육을 가진 육식 공룡 수각류 중에서도 최강으로 평가된다. 체격이 엄청나게 크고 뭣보다 씹는 힘이 놀라울 정도로 강했지만 시력이 아주 나빴다는 게 생물학계 가설 중 하나다.

티라노사우루스의 교합력은 3만5000뉴턴으로 알려졌다. 먹이를 뼈째 으스러뜨리는 위력으로, 인간의 턱힘과 비교하면 약 100배 이상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

복원된 모형 티라노스우루스는 강하고 거대한 턱과 작은 눈을 갖고 있다. <사진=pixabay>

티라노사우루스는 눈이 엄청 작아 먹이 식별에 애를 먹는 등 약점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이상하리만치 작은 티라노사우루스의 눈이 강한 교합력과 어떤 관계인지 호기심을 가졌다.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씹는 힘이 안와가 좁게 진화한 덕이라고 생각했다. 대형 육식 공룡 일부가 진화하면서 눈이 작아졌다는 학설을 바탕으로 한 가설이었다.

연구팀은 공룡시대 화석 410점의 안와, 즉 안구가 들어가는 두개골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면밀하게 비교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종, 특히 초식동물의 안와는 원형이 많았다.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두개골 크기만 1m 넘는 대형 육식공룡은 안와가 타원형이거나 열쇠 구멍처럼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룡의 안와 크기 비교도. 육식인 알로사우루스(위 왼쪽)와 티라노사우루스(아래 왼쪽)가 초식인 스테고사우루스(아래 오른쪽)에 비해 훨씬 작다. 트리케라톱스(위 오른쪽)는 뿔 등 특성 상 초식이면서 안와가 작은 경우다. <사진=버밍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여기서 연구팀은 대형 육식동물이라도 새끼일 때는 안와가 원형에 가깝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룡이 자라면서 안와가 작아지고 그 대신 뭔가 발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 관계자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조상에 해당하는 여러 수각류들은 안와가 보다 원형인 경향도 확인됐다”며 “이러한 사실은 대형 육식공룡의 안와가 진화로 인해 좁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티라노사우루스 성체처럼 안와가 좁은 두개골 형상이 교합력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본 결과 열쇠 구멍 같은 안와를 가진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골은 물었을 때 잘 변형되지 않았다.

안와 크기와 두개골이 받는 부하를 측정한 시뮬레이션 결과. 안와가 클수록 받는 두개골 부담이 컸다. <사진=버밍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안와가 작고 좁을수록 그 뒤에 있는 두개골의 단단한 부분을 따라 힘이 분산되기 때문에 턱이 받는 부하가 경감되거나 아예 사라졌다”며 “안와가 좁은 대신 턱 근육이나 두개골을 보강할 공간이 넓어진다는 사실은 유한요소법을 이용한 생체 모델링에서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초식동물의 원형 안와와 티라노사우루스의 열쇠구멍 같은 안와는 수납할 수 있는 안구 체적이 7배나 차이가 났다”며 “결국 티라노사우루스는 자랄수록 눈이 작아진 대신 무시무시한 씹는 힘을 갖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가 티라노사우루스 등 공룡의 진화를 형상화한 기능적 트레이드 오프, 즉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목표의 달성을 늦추거나 아예 희생하는 현상을 잘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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