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없이 고출력을 내는 모터를 미국 10대 학생이 개발했다. 학계는 전기차 산업의 미래를 바꿀지 모를 대발견이라고 흥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17세 고등학생 로버트 샌슨. 발명에 관심이 많은 그는 1년에 걸친 시행착오를 거쳐 희토류가 필요 없는 고출력 모터를 만들어냈다.
로버트 샌슨은 전기차 모터가 필연적으로 희토류를 사용하는 데 주목했다. 자석에 네오디뮴이나 사마륨,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 원소가 들어가는 전기차 모터는 가격이 비싸다. 채굴 및 가공 과정에서 일부 희토류는 환경오염도 유발한다.
특히 희토류는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자원이 편중됐다. 전기차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의 미래 핵심 산업으로 꼽히지만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자원의 무기화 등 민감한 문제도 많다.
이런 점에서 로버트 샌슨은 펌프나 팬에 사용되는 동기형 릴럭턴스 모터(SynR motor)에 눈을 돌렸다. 이 모터는 희토류가 불필요하지만 전기차를 굴릴 정도의 힘은 없다. 로버트 샌슨은 값싼 SynR 모터의 힘을 올리면 전기차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반 전기모터는 회전자를 둘러싸는 형태로 스테이터(고정자)가 배치된다. 스테이터에 코일을 감고 여기에 전기를 흘리면 자력이 발생, 로터에 부착된 영구자석 사이에 인력과 반발력이 생긴다. 모터는 이 힘을 이용해 로터를 회전시킨다.
SynR 모터는 회전자에 자석 대신 공극(틈새)을 만든 철재 로터를 사용한다. 이 모터의 특징은 릴럭턴스, 즉 자기저항이다. 철재 로터와 공극의 자기저항 차이(돌극비)가 클수록 모터의 토크가 증가하는 구조다.
로버트 샌슨 공극 대신 또 다른 자기장을 끼워 넣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에 따라 돌극비가 높아지고 토크 역시 커질 것으로 생각했다.
1년여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된 모터는 국제 과학기술 경연 대회 리제네론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Regeneron ISEF)에서 로버트 샌슨에 최우수상을 안겼다. 상금은 무려 7만5000달러(약 1억원)다.
모터 15개를 태운 끝에 완성된 시제품은 기존 SynR 모터 대비 300rpm/m(분당 300회전) 토크는 39%, 효율은 31% 올랐다. 750rpm/m에서 효율은 37%로 높아졌다. 고열에 플라스틱 부품이 녹아 더 이상 회전수는 시험할 수 없었지만 확인된 토크와 효율성 향상은 돌극비를 키운 데 따른 것으로 인정됐다.
미시건대학교 히스 호프먼 교수는 “전기차가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파악한 어린 학생의 대발견”이라고 호평했다. 비록 시제품은 단점이 적잖으나 SynR 모터를 강화하는 아이디어는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교수의 설명이다.
로버트 샌슨 역시 SynR 모터의 단점을 잘 알고 있다. 소재가 저렴한 대신 토크를 높일수록 구조가 복잡하고 제조가 어려워진다. 자칫 비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향후 3D 프린터를 활용해 구조 개선을 꾀할 계획이다.
고속 러닝머신 등 현재까지 60여 개 발명품을 내놓은 로버트 샌슨은 지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발명왕이다. 그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진학에 성공한다면 이번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학비로 쓸 것”이라며 “제가 만든 모터가 언젠가 전기차에 탑재된다는 상상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웃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