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화단백질 덕에 극도의 추위에도 몸이 얼지 않고 생물발광(생체발광)까지 가능한 물고기가 극지방 해양생태계에 관한 학계 이해를 높였다. 

국제 학술지 ‘Evolutionary Bioinformatics’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9년 그린란드를 중심으로 한 극지방 생물 탐사 활동에서 발견된 ‘얼룩 꼼치(Variegated snailfish)’의 생태와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얼룩 꼼치는 최고 수준의 부동화단백질 유전자를 보유한 신종 물고기로 발견 당시 학자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부동화단백질이란 극지에 사는 어류나 절지동물 체액에서 분비되는데 체액이 어는 점(빙점)을 임의로 떨어뜨린다. 이를 가진 동물은 극도의 추위에도 견딜 수 있다.

2019년 그린란드를 중심으로 한 북극권 탐사에서 발견된 얼룩 꼼치. 체액이 얼지 않고 생물발광까지 가능한 이 물고기의 연구 결과 극지방 해양생태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사진=존 스팍스>

당시 조사를 진행한 미국 자연사박물관 존 스팍스와 데이비드 그루버 연구원에 따르면 몸이 얼지 않는 극지방 생물이 드문 건 아니지만 우수한 부동화단백질 유전자를 발현한 사례는 흔하지 않다. 여기에 생물발광이 가능한 신체 구조까지 확인된 종은 얼룩 꼼치가 처음이다.

그린란드 앞바다 빙산 굴착 중 발견된 이 물고기는 반투명한 몸이 녹색과 붉은색으로 빛난다. 연약해 보이는 몸체를 가졌으면서 체액이 얼지 않고 극한의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쳤다.

존 스팍스 연구원은 “부동화단백질은 결정에 달라붙어 얼음이 더 커지는 것을 막고 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준다”며 “물고기는 체액이 얼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 세포 안에 얼음 입자가 형성될 경우 치명적”이라고 전했다.

생물발광하지 않을 때의 얼룩 꼼치. 상위 1% 수준의 부동화단백질 유전자 발현이 가능해 극지방 추위에도 체액을 보호한다. <사진=데이비드 그루버>

얼룩 꼼치를 이용한 약 3년간의 연구 결과 부동화단백질은 북극과 남극에서 각각 독자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가진 물고기들은 형태나 생김새가 제각각인데, 얼룩 꼼치의 경우 다른 얼지 않는 물고기들 중에서도 부동화단백질 유전자 발현 수준이 상위 1%에 들었다.

존 스팍스 연구원은 “생물발광은 생물이 빛을 생성하고 방사하는 현상으로 화학적 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변환하는 화학반응의 결과”라며 “얼룩 꼼치는 빙산 틈새에 서식하는 작은 물고기인데 혹한에 얼지 않고 극지에서 생체발광이 가능한 점은 지금도 미스터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녹색과 빨간색 두 가지 빛을 내는 얼룩 꼼치 같은 물고기는 무더운 열대 바다에서는 흔하다”며 “영하의 환경에서 열대 물고기처럼 생체발광이 가능한 얼룩 꼼치를 연구하는 것은 극지방 해양생태계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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