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작은 마을이 우주판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는 로켓 발사 시설 조성에 나섰다. 스페이스X나 블루 오리진 등 거대 민간 우주개발 업체들이 약진하는 가운데, 규모는 작지만 꿈은 원대한 촌락의 도전에 관심이 집중됐다.
홋카이도 타이키초(大樹町)는 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상업 로켓 발사 시설 등을 갖춘 스페이스 포트(Spaceport)의 공사가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스페이스 포트는 인공위성 탑재 로켓 발사장 위주로 조성된다. 일본의 지자체, 그것도 도도부현(都道府県) 단위가 아닌 작은 마을(町)이 독자적인 로켓 발사 센터를 건설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면적 815.68㎢, 주민 5424명이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이전부터 우주개발 특화 지역을 꿈꿔왔다. 관련 시설도 준비돼 항공 관련 대학교나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연구팀이 원정 실험을 오기도 한다.
스페이스 포트 착공식에 참석한 사카모리 마사토(63) 타이키초 촌장은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에 항공 우주 산업을 집적한 ‘우주판 실리콘밸리’가 조성될 것”이라며 “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미래 첨단 산업 활성화라는 원대한 목표를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내에서도 전례가 없는 촌락 로켓 발사장 건설은 민관협력으로 진행된다. 타이키초에 자리한 로켓 벤처기업 인터스텔라 테크놀로지스(IST)가 기술을 제공하며, 포트 자체도 이 회사 실험장 남쪽에 조성된다.
총 공사 기간은 3년이며 사업비는 약 23억엔(약 221억원)이다.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로켓 발사장(LC-1)을 우선 건설한 뒤에는 조립동 같은 필수 시설이 들어선다. IST는 현재 보유한 활주로를 1000m에서 1300m까지 연장한다.
타이키초와 IST는 2023년 로켓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초소형 인공위성을 탑재하고 정해진 궤도까지 오르는 ‘로켓 ZERO’ 개발을 공동 추진한다.
일본은 미국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로켓이나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업체가 적잖다. 소니나 혼다 같은 대기업은 JAXA와 협력해 다양한 탐사선이나 관측 장비를 제작해 왔다. 다만 인구 5000명의 작은 마을이 중소기업과 협력해 로켓 발사 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