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곤충에 초소형 전자기기를 탑재해 제어하는 일명 ‘사이보그 곤충’ 기술이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곤충 학대라는 비난도 있지만 연구자들은 곤충 자체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와세다대학교,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공동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마다가스카르 바퀴벌레에 4㎛(마이크로미터, 1㎛는 1000분의 1㎜) 두께의 초박형 유기태양전지와 초소형 전자기기를 부착한 ‘사이보그 곤충’을 발표했다.

‘사이보그 곤충’은 살아있는 벌레에 센서와 동작 제어 장치, 태양전지 등을 탑재해 곤충 행동을 원격 조종한다. 동작 구현에 동원되는 에너지는 기본적으로 곤충 근육의 힘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로봇에 비해 전력 소비 면에서 유리하다. 

연구팀이 ‘사이보그 곤충’을 개발한 이유는 재해가 일어났을 때 인명 탐색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시연한 마다가스카르 바퀴벌레는 원격 조작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굴곡이 있는 지형도 막힘없이 주파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와세다대학교,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사이보그 로봇 <사진=이화학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이 바퀴벌레는 무선 통신에 의한 행동 제어 회로와 배터리를 갖춰 제법 먼 거리에서도 조종 가능하다. 배터리가 소진되면 태양전지를 사용해 재충전한다. 이화학연구소는 “예기치 않은 재난 시 골든타임 내에 잔해에 파묻힌 사람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며 “‘사이보그 곤충’은 좁은 잔해 속으로 들어가 사람을 찾고 위치를 빠르게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소형 전자 장비를 갖추고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동물은 이미 존재한다. 벨기에 비영리 후각동물 훈련 단체 아포포(APOPO)는 초소형 마이크가 달린 조끼를 입고 생존자 목소리를 전하는 구조 전문 쥐들을 양성하고 있다.

연구팀이 바퀴벌레를 선택한 건 쥐보다 훨씬 작아 전력을 덜 사용하면서 오랜 시간 활동할 수 있어서다. ‘사이보그 곤충’의 구동 시간 확대가 인명 구조의 성공률과 직결된다는 게 연구팀 생각이다.

이화학연구소는 “로봇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의 소비전력은 매우 커서 현재 기술로는 아무리 작은 로봇도 100㎽(밀리와트)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며 “곤충을 사이보그화하면 전기 자극에 의한 근육 움직임 제어 정도로 조종할 수 있다. 소비전력은 100㎼(마이크로와트) 정도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마다가스카르 바퀴벌레를 활용한 사이보그 로봇의 개요. 배 부분의 위쪽에 초박형 유기태양전지 모듈(빨간 원)을 접착하고 등에는 무선 이동제어 모듈 및 배터리(리튬폴리머전지)를 부드러운 소재의 백팩에 얹어 접착(파란 원)했다. 이동을 제어하는 자극 신호를 곤충에 입력하는 자극 전극은 은선을 이용해 곤충의 감각기관에 접속했다. 3D 프린터로 제작되는 부드러운 백팩은 곤충 특유의 곡면 구조에 밀착되며 다양한 움직임에도 디바이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사진=이화학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이어 “‘사이보그 곤충’은 10㎽ 정도의 전력을 곤충에 탑재되는 유기태양전지를 통해 얻을 수 있다”며 “부착되는 기기들이 곤충의 움직임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특히 주목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성충의 몸길이가 6~7㎝에 달하는 마다가스카르 바퀴벌레는 회로나 태양전지 등을 싣기 딱 좋은 크기다. 지능이 높고 활동량이 많은 데다 수명도 비교적 길다. 

연구팀 관계자는 “앞으로 ‘사이보그 곤충’은 태양전지의 고효율화, 충전과 탐색 등 각 모드의 간편한 전환을 위한 알고리즘 구축 등 과제가 남아있다”며 “곤충의 수명이 계속되는 한 배터리 걱정 없이 장시간·장거리 활동이 가능한 ‘사이보그 곤충’의 용도는 재난현장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