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0년 전 멸종한 것으로 생각됐던 호주 고유종 바퀴벌레가 건재를 과시했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에 네이선 로 교수 연구팀은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930년대 후반 멸종된 것으로 판단됐던 바퀴벌레 ‘파네스디아 라타(Panesthia lata)’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파네스디아 라타’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화산섬 로드 하우와 그 인근에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지명을 따 ‘로드 하우 섬 나무 바퀴벌레(Lord Howe Island wood-feeding cockroach)’라고도 부른다.

날개가 없는 ‘파네스디아 라타’는 몸길이가 22~40㎜이고 빨간색이 감도는 거무스름한 색을 띤다. 쥐며느리 같은 둥그스름한 몸체와 금속 같은 광택이 특징으로 일반 바퀴벌레와 생김새가 다르다. 로드 하우 섬을 비롯, 호주 북부 및 동부 연안부 숲의 썩은 나무를 먹으며, 그 내부에 서식한다. 흰개미처럼 장내에 나무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가졌다.

약 80년 만에 발견된 호주 고유종 바퀴벌레 파네스디아 라타 <사진=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환경계획국(NSW DPE) 공식 홈페이지>

‘파네스디아 라타’를 발견한 것은 맥심 애덤스라는 남성이다. 로드 하우 섬을 탐사하러 갔다가 바니안나무(반얀나무) 군락을 살펴보던 중 그루터기 아래에서 ‘파네스디아 라타’를 목격했다.

이에 대해 네이선 로 교수는 “1918년 쥐가 반입되면서 1930년대 말부터 완전히 자취를 감춘 ‘파네스디아 라타’는 학자들의 생각과 달리 꿋꿋하게 살아남아 있었다”며 “1930년대 이후 몇 차례 조사에서 로드 하우 섬 근처에서 근연종이 몇 번 채집됐을 뿐이어서 이번 발견은 굉장히 놀랍다”고 전했다.

갈라파고스 제도만큼이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로드 하우 섬에는 1600종 넘는 고유 무척추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번에 ‘파네스디아 라타’가 발견된 것은 멸종했다고 생각되는 다른 종들의 생존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게 네이선 로 교수의 생각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로드 하우 섬 바니안나무 군락에서 고유종 바퀴벌레를 발견한 맥심 애덤스 <사진=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환경계획국(NSW DPE) 공식 홈페이지>

학자들이 이 바퀴벌레의 출현을 반기는 건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파네스디아 라타’는  로드 하우 섬 일대의 죽은 나무를 먹어 분해를 촉진하고 다른 동물들의 단백질 공급원이 되면서 생태계가 필요로 하는 필수 영양분의 재활용을 담당한다.

네이선 로 교수는 “한때 생태계 균형 유지를 위해 멸종된 ‘파네스디아 라타’ 근연종을 섬에 투입할 계획이 검토되기도 했다. 생존이 확인된 지금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며 “‘파네스디아 라타’의 서식지나 행동, 유전자는 물론 이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실험을 통해 자세히 알아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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