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다리 장애를 가진 새끼 기린이 사람들의 도움으로 특별한 교정기를 선물받았다. 열심히 재활훈련을 거듭한 끝에 무사히 무리로 돌아갔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15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월 1일 사파리 파크에서 태어난 새끼 기린이 특수 교정기를 차고 훈련, 재활에 성공한 과정을 소개했다.

동물원에 따르면, 기린은 앞다리 관절이 반대 방향으로 심하게 휘어지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다리를 유심히 살펴본 사육사와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기린이 그대로 성장하면 머지않아 다리로 몸을 지탱할 수 없게 돼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휜 앞다리를 교정할 장치를 장착하고 재활훈련을 하는 새끼 기린 <사진=샌디에이고 동물원 공식 페이스북>

기린을 돕기 위해 머리를 맞댄 동물원 관계자들은 물리학과 역학 등 과학 지식을 총동원, 특별 교정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동물원 관계자는 "새끼 기린은 체중을 지탱하는 앞다리 관절과 뼈에 불필요한 압력이 가해지는 장애를 가졌다"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보냈는데, 30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보조기 장인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장인은 패럴림픽 선수부터 척추가 좌우로 심하게 휘어진 중증 척추측만증 어린이에 이르는 다양한 환자에게 맞춤 교정기를 만들어왔다. 기린의 사연을 접하고 한달음에 동물원으로 달려온 장인은 커다란 야생동물은 처음 접하면서도 다리 상태를 꼼꼼하게 살피고 곧장 보조기 설계에 착수했다.

약 40일간 교정기를 차고 재활훈련에 임한 기린은 현재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사진=샌디에이고 동물원 공식 페이스북>

사육사 및 수의사들의 자문을 받으며 장인이 완성한 교정기에는 귀여운 기린 줄무늬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슈퍼히어로 각인을 넣었다. 40일간 이 교정기를 차고 재활훈련을 진행한 결과, 기린은 지난 4월 5일부터 스스로 일어서 걸을 수 있게 됐다. 얼마 뒤에는 교정기 없이도 걷는 수준까지 좋아졌고, 사파리 파크로 돌아와 무리와 함께 생활하게 됐다.

동물원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기린의 원래 어미는 새끼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다른 암컷이 새 자식으로 기꺼이 맞아줬다"며 "이번 일로 사람들이 동물을 아끼는 마음을 잘 알게 됐다. 20년 넘게 동물원 생활을 했지만 이번만큼 감동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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