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지구 깊숙한 곳에 또 다른 바다가 존재한다는 학설은 제법 오래됐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학자들의 노력이 한창인데, 이번에 유럽에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학계 관심이 쏠렸다.

독일 괴테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공개한 논문에서 지구 깊숙이 또 다른 바다가 있음을 보여주는 새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남쪽 국가 보츠와나의 지하 660㎞ 지점에서 형성된 희귀 다이아몬드를 분석한 결과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의 경계 ‘맨틀 전이대(transition zone)’에 바다보다 6배 많은 물과 이산화탄소가 갇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 지표 아래 맨틀 전이대에서 발견된 광물에서 수분이 검출되면서 제2의 바다가 땅속에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이번 발견은 지구의 물 순환과 45억 년에 이르는 바다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맨틀 전이대는 마른 스펀지 같은 구간이 아니라 대량의 물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며 “시대를 앞서간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엄청난 상상이 현실일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맨틀 전이대에 바다의 6배나 되는 물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점에서 주목된다. 맨틀 전이대는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의 사이 약 400~700㎞ 구간이다. 맨틀을 구성하는 암석의 결정구조가 저온·저압 일 때 안정되다가 고온·고압 조건일 때 보다 안정되는 상전이가 일어나는 영역이다.

지구 내부의 구조. A가 내핵, B가 외핵, C가 맨틀이다. 맨틀은 깊이에 따라 410㎞ 위쪽 상부와 660㎞ 아래 하부로 나뉘며 그 사이를 맨틀 전이대라고 한다. <사진=pixabay>

보츠와나 지하 660㎞ 맨틀 전이대에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이아몬드에서는 여러 인클루전, 즉 보석 내부 함유물이 검출됐다. 이 중에는 수분을 많이 함유하는 ‘링우다이트(Ringwoodite)’가 포함됐다. 링우다이트는 상부 맨틀을 구성하는 감람석과 화학조성이 비슷한데, 아주 높은 온도와 압력 하에서 형성된다. 즉 링우다이트가 하부 맨틀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지표면 아래에 물이 대량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2의 바다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2007년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지진파 분석 결과 지구 내부에 물을 함유한 암석층이 있다고 발표했다. 2014년 미국 뉴멕시코대학교와 노스웨스턴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물이 포함된 링우다이트가 맨틀 전이대에서 발견된 것은 이 부분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2019년 캐나다 앨버타대학교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와 관련, 괴테대학교 연구팀은 “맨틀 전이대에 물을 포함한 광물이 발견된 것은 제2의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을 입증할 강력한 증거”라며 “이런 샘플이 하나뿐이라면 국지적으로 물이 존재했다는 의미지만 전이대에서 형성된 광물에서 수분이 계속 발견된다는 것은 제2의 바다가 실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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