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아를 많이 얻기 위해 철갑상어 수컷의 암컷화를 연구해온 일본 대학교가 이번엔 암컷만 낳는 일명 ‘슈퍼 암컷’ 구별법을 개발했다. 캐비아 생산 효율을 높여 진미의 대중화가 가능하다는 게 학교 입장이지만 생태계를 멋대로 조작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일본 긴키대학교는 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캐비아의 원재료가 되는 철갑상어 알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슈퍼 암컷’의 존재를 증명했으며, 이 개체만 구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 수산연구소는 표적이 되는 핵산을 증폭해 검출하는 PCR 검사법을 이용, 철갑상어 수정란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슈퍼 암컷’만 가려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소는 철갑상어 개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컷을 조기에 가려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오직 알을 낳는 암컷만 키워 캐비아의 대중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수산연구소는 철갑상어가 생식선이 발달할 때까지 겉모습만으로는 암수 구별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 방법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캐비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개체의 성별이 구분될 때까지 수년간 수컷도 사육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활용하면 철갑상어 수컷을 조기에 가려내고 오직 암컷만을 길러 캐비아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연구소 설명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철갑상어 성별을 결정하는 염색체는 Z와 W로, 수컷은 ZZ, 암컷은 ZW로 구성된다”며 “W만을 가진 슈퍼 암컷 WW도 자연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개체는 반드시 암컷을 낳기 때문에 캐비아 대량 생산의 지름길”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성과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양식장에서 일부러 수컷 개체를 버리는 것이 잔인하다는 지적이다. 캐비아에 환장한 인간들이 수중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원색적 비난도 이어졌다.
긴키대학교는 2017년에도 철갑상어 치어에 여성호르몬을 섞은 배합사료를 줘 암컷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논란의 여지가 많은 연구를 계속해 왔다. 지난 3월에는 인공 부화한 철갑상어 수컷의 체내에 난소를 인공적으로 생성하는 실험까지 성공해 원성이 빗발쳤다.
이번에 ‘슈퍼 암컷’ 구별법 개발 소식을 접한 현지인 사이에서는 캐비아를 많이 얻기 위해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 무슨 대단한 자랑거리냐는 날선 비판이 나왔다.
캐비아는 트러플(서양송로버섯), 푸아그라(거위 간)와 더불어 세계 3대 진미로 꼽힌다. 철갑상어 알을 절인 음식인데 생산량이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양식을 통해 대중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여전히 고가 식품으로 통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