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나 회의, 공포 등 부정적 감정이 커질 때 새 지저귀는 소리가 특효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와 함부르크-에펜도르프 대학병원 공동 연구팀은 1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소개된 논문에서 새소리가 사람의 불안과 공포감을 경감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새 지저귀는 소리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준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남들이 늘 자신을 비판한다는 망상을 품는 편집증(파라노이아)까지 완화한다는 사실은 처음 밝혀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새소리가 인간 심리에 주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인터넷 실험을 기획했다. 피실험자 295명을 모집한 뒤 6분간 각종 생활 소음과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게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각 소리 시청 전후에 정신건강에 관한 설문과 인지 테스트도 받았다.
그 결과 일상 소음을 들은 피실험자들은 대체로 우울한 기분이 악화됐다. 특히 교통과 관련된 소음에 노출될 때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새 지저귀는 소리를 청취한 피실험자들은 우울한 기분까지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편집증적 망상이 완화됐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실험 관계자는 “사람은 아무 일이 없는 상황에서도 일시적으로 불안해지거나 편집증적 망상에 사로잡힐 수 있다”며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의 존재를 새소리를 통해 떠올리면서 임박한 위협(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실험을 이용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신경증, 편집증 등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적 병증을 파악할 수 있다”며 “새소리는 인지능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불안이나 파라노이아 등 일부 망상증 완화에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새의 종류는 사람들의 불안감 경감과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CD에 녹음되거나 유튜브를 통한 새소리 청취로 불안이 덜해질 수 있지만 실제 새 노랫소리는 더욱 효과가 크다는 입장이다.
막스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는 지난 9월에도 사람이 자연 속을 1시간 걸으면 뇌 내 스트레스 처리를 담당하는 편도체 상태가 유의미하게 개선된다고 주장, 관심을 받았다.
연구소는 향후 연구에서 다양한 소음이 사람 심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세부적으로 확인하고 환자에 대한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리뿐 아니라 냄새나 색깔 등 자연의 다른 요소가 사람 심리에 주는 영향을 알아볼 예정이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