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벌레를 얼리면 노화가 극도로 느려진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완보동물의 일종으로 몸길이 0.3~1㎜인 곰벌레는 끓는 물로 삶거나 총알의 2배 속도로 바닥에 내동댕이쳐도 살아남는 비현실적 생존력으로 유명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교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Journal of Zoology’에 소개된 논문에서 곰벌레가 동결되면 노화가 거의 멈추는 경이로운 능력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곰벌레 716마리를 절반으로 나누고 A그룹은 1주일 간격으로 영하 30℃ 동결 및 20℃ 해동을 반복하며 먹이를 줬다. B그룹은 동결 없이 실온에서 먹이를 공급했다.

그 결과 A그룹 곰벌레들은 B그룹보다 무려 두 배 오래 살아남았다. 그룹별 개체 최장 생존 일수는 B그룹이 93일인데 비해 A그룹은 무려 169일이었다. 

엄청난 생존력으로 생물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온 곰벌레. 미 항공우주국(NASA)도 우주 공간에서 곰벌레가 얼마나 버티는지 실험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곰벌레가 동면하면 노화가 완전히 멈추지 않더라도 극적으로 느려진다고 결론 내렸다. 동면이 곰벌레의 생물학적 체내 시계에 미치는 영향은 SF 영화 속 인간 동면에 비할 정도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학명이 ‘Hypsibius Dujardini’로 ‘물곰(Water Bear)’으로도 부르는 곰벌레는 150℃ 이상의 고온, 절대영도에 가까운 초저온, 진공, 고압, 심지어 치사량을 넘은 방사선에도 견딘다. 극한의 환경에 놓인 곰벌레가 탈수가사 상태에 들어가 대사를 늦추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냉동 상태에서 노화 속도가 확 떨어지는 것은 처음 확인됐다.

실험 관계자는 “탈수가사 상태에서 몇 달을 버티는 곰벌레는 동면할 경우 몇 년은 거뜬히 살 것”이라며 “극단적 상황에서 버티는 곰벌레는 현실 속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곰벌레를 30년 이상 얼려도 부활해 번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전한 동면 조건이 있고 생리학적 환경을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전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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